
라이젤 파마슈티컬스(Rigel Pharmaceuticals)가 아비나스(Arvinas) 및 화이자(Pfizer)와 경구용 단백질 분해 표적 치료제(PROTAC) 베파누(VEPPANU, 성분명 vepdegestrant)에 대한 독점적 글로벌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에 따라 라이젤 파마슈티컬스는 베파누의 개발, 제조 및 상업화 권리를 전적으로 확보하게 됐다.
베파누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최초이자 유일한 경구용 PROTAC 제제로, 질병 유발 단백질을 단순히 억제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체내 자연 기전을 활용해 해당 단백질을 선택적으로 분해하도록 설계된 신약이다.
주요 임상인 VERITAC-2 3상 결과에 따르면, 에스트로겐 수용체 양성(ER+)/인간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 2 음성(HER2-) 및 ESR1 변이가 있는 전이성 유방암(mBC) 환자를 대상으로 베파누를 투여했을 때 무진행 생존기간 중앙값(mPFS)은 5.0개월을 기록했다.
이는 대조군인 풀베스트란트(fulvestrant)의 2.1개월과 비교해 2.4배 향상된 수치로,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고 임상적으로 가치 있는 개선을 입증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약물 투여와 관련된 내약성 또한 전반적으로 양호한 것으로 보고됐다.
라이젤 파마슈티컬스는 아비나스와 화이자에 선급금 7000만 달러(약 1,045억 원)를 지급하며, 일부 전환 절차가 성공적으로 완료될 경우 1500만 달러(약 224억 원)를 추가로 지급한다. 또한 향후 규제 승인 및 상업적 마일스톤 달성 여부에 따라 최대 3억 2000만 달러(약 4,775억 원)를 추가 지급할 예정이다.
베파누는 라이젤 파마슈티컬스의 네 번째 상업화 제품으로 라인업에 추가되며, 회사는 기존의 상업 및 메디컬 조직 인프라를 활용해 매출 성장을 가속화하고 기업의 변혁적 성장 전략을 추진할 계획이다.
라이젤 파마슈티컬스의 라울 로드리게스(Raul Rodriguez)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내분비 요법 후 질병이 진행되어 치료 옵션이 제한적인 유방암 시장의 특정 세그먼트에 진입하기 위한 중요한 진전"이라며 "베파누는 약물 저항성의 핵심 동인을 해결하도록 설계된 새로운 기전을 통해 해당 환자들에게 설득력 있는 치료 옵션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파누의 권리 이전은 임상적 가치 훼손이라기보다 상업화 전략 조정에 가깝다. 아비나스와 화이자가 직접 판매망을 가동하기에는 대상 환자군이 비교적 제한적인 만큼, 별도의 영업 조직과 비용을 투입하는 대신 상업화 경험을 갖춘 라이젤에 제품을 넘기는 쪽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아비나스가 최근 비용 절감과 초기 파이프라인 투자 여력 확보를 강조해온 점도 이 같은 결정의 배경으로 꼽힌다. 베파누를 직접 판매해 단기 매출을 키우기보다 선급금과 마일스톤, 향후 로열티를 통해 수익을 확보하는 구조가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