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 회사 홈페이지
아비나스(Arvinas)와 화이자(Pfizer)가 개발한 베파누(VEPPANU, 성분명 베프데게스트란트)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획득하며 세계 최초의 표적 단백질 분해(PROteolysis TArgeting Chimera, 이하 PROTAC) 치료제가 탄생했다.
베파누는 최소 한 차례 이상의 내분비 요법을 받은 경험이 있는 에스트로겐 수용체(ER) 양성, 인간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2(HER2) 음성 및 ESR1 변이 양성 성인 진행성 또는 전이성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승인됐다. 이번 허가는 당초 예정되었던 처방의약품 신청자 수수료법(PDUFA) 목표일인 6월 5일보다 약 한 달 앞당겨진 결정이다.
아비나스가 2013년부터 개척해 온 기술인 PROTAC은 질병의 원인이 되는 특정 단백질을 분해하여 제거하는 기전을 가진다. 기존 치료제인 파슬로덱스(Faslodex, 성분명 풀베스트란트) 등 선택적 에스트로겐 수용체 분해제(SERD)가 에스트로겐 수용체 단백질에 결합한 뒤 간접적으로 분해를 유도하는 것과 달리, PROTAC 계열인 베파누는 ER과 E3 유비퀴틴 연결효소에 동시에 결합하는 삼원 복합체(ternary complex)를 형성해 에스트로겐 수용체를 직접 표적화·분해한다. 이 같은 직접 분해 방식이 ESR1 변이 환자군에서 보다 강력한 효능을 발휘하는 기반으로 평가된다.
FDA의 이번 승인은 임상 3상인 Veritac-2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이루어졌다.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의 표준 치료제인 파슬로덱스와 비교한 이번 임상에서 베파누는 ESR1 변이 환자군의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파슬로덱스 대비 43% 감소시켰다. 무진행 생존기간(PFS) 중앙값은 베파누 투여군이 5개월로, 파슬로덱스 투여군의 2.1개월 대비 연장된 결과를 보였다.
다만 베파누는 ESR1 변이 여부와 상관없는 전체 환자군을 대상으로 한 임상에서는 유효성 입증에 실패했다. 이로 인해 아비나스의 주가는 당시 급락했으며, 베파누를 병용 요법으로 시험하던 두 건의 임상 3상 연구도 중단된 바 있다. 존 휴스턴(John Houston) 전 아비나스 CEO는 규제 당국과의 논의를 통해 베파누의 적응증이 2차 치료 환경 내 특정 변이 환자로 제한될 가능성이 크다고 언급했다.
랜디 틸(Randy Teel) 아비나스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성과는 표적 단백질 분해 기술이 실제 임상에서 유의미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음을 입증한 것"이라며 "항암 분야를 넘어 신경퇴행성 및 신경근육 질환 등 자사 임상 파이프라인 전반에 대한 신뢰를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한편 기술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아비나스와 화이자는 베파누의 직접 상업화에서는 손을 떼기로 결정했다. 양사는 지난 9월 베파누의 상업화 권리를 제3자에게 이전(Out-license)할 계획임을 발표했다. 이는 임상 데이터의 불확실성을 고려해 약물의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현재 양사는 권리를 넘겨받을 파트너사 선정을 위한 최종 단계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