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Donald J. Trump) 미국 대통령이 마티 마카리(Marty Makary) 식품의약국(FDA) 국장을 해임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5월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해임 계획에 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블룸버그(Bloomberg News), CNN, 로이터(Reuters) 등 주요 외신도 같은 날 관련 내용을 잇달아 확인했다.
다만 복수의 백악관 관계자는 최종 결정이 내려지지 않은 상태이며 대통령이 뜻을 바꿀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저녁 CNN 취재진에게 "관련 보도를 읽긴 했지만 아는 것이 없다"고 말해 즉답을 피했다.
마카리 국장은 존스홉킨스 의대 외과 종양학과 교수 출신으로, 지난해 3월 상원 인준을 거쳐 FDA 국장에 취임했다. 취임 초기 그는 의약품 심사 기간 단축, 식품 내 인공색소 규제 강화 등 다수의 개혁을 추진하며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재임 기간 내내 갈등이 누적됐다. WSJ은 트럼프 대통령의 불만이 가장 직접적으로 표출된 계기로 과일향 전자담배 승인 문제를 지목했다. 마카리 국장이 블루베리·망고 등 과일향 전자담배 승인에 내부적으로 제동을 걸자, 트럼프 대통령이 이에 불만을 표시하며 직접 마카리 국장에게 압박을 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4년 대선 캠페인에서 전자담배 산업을 보호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첫 언론 보도가 나온 직후 FDA는 해당 제품들의 판매를 승인했다.
낙태약 미페프리스톤(mifepristone)을 둘러싼 갈등도 해임 압박의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마카리 국장은 취임 초 미페프리스톤 안전성 재검토를 약속했으나, 검토 작업이 2026년 중간선거 이후로 미뤄졌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반낙태 단체들의 강한 반발을 샀다. 미국 최대 반낙태 단체 중 하나인 수전 B. 앤서니 프로라이프 아메리카(Susan B. Anthony Pro-Life America)의 마조리 다넨펠서(Marjorie Dannenfelser) 대표는 성명을 내고 "마카리 FDA 국장을 즉각 해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제약·바이오 업계의 불만도 쌓였다. 희귀질환 치료제 및 유전자치료제 임상 데이터 심사에서 마카리 국장이 지나치게 엄격한 기준을 적용했다는 비판이 업계로부터 제기됐다. 미국 바이오기술혁신기구(BIO) 수장 존 크롤리(John F. Crowley)는 최근 기고문에서 FDA의 잇따른 인력 감축이 전략적 판단 없이 이뤄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마카리 국장이 실제로 해임될 경우,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 산하 조직에 또 하나의 고위직 공백이 발생하게 된다. 현재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과 공중보건국장 모두 정식 임명자 없이 운영되고 있으며, FDA 국장직은 상원 인준을 필요로 하는 자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