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만 정부가 급변하는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응하고 의약품 자급도를 높이기 위해 240억 대만달러(약 1조 1,185억 원) 규모의 4개년 국가 의약품 회복력 강화 프로그램을 수립했다. 라이칭더(Lai Ching-te) 대만 총통은 지난 3월 5일 열린 건강한 대만 추진위원회 회의에서 글로벌 의약품 공급망에 영향을 미치는 지정학적 변화를 언급하며 이번 정책의 배경을 설명했다. 대만은 현재 의약품 수입 의존도가 매우 높으며, 일부 품목은 적대 세력의 영향권에 노출되어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주요 제약사의 운송 전략이나 시장 규모에 따라 공급망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점도 이번 결정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대만 정부는 이러한 위협에 맞서 국내 생산 확대, 스마트 배분, 국제 협력이라는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방어선을 구축할 방침이다. 구체적으로는 최소 50종의 핵심 의약품을 대만 현지에서 생산하는 데 집중한다. 이를 위해 보조금 지급, 시장 가이드라인 제시, 건강보험 약가 보상 인센티브 등을 활용하여 원료의약품(API) 생산을 독려하고 바이오 제약 분야의 전반적인 자립도를 높일 계획이다. 또한 핵심 의약품의 안정적인 공급을 보장하기 위한 국가 대표팀을 구성하여 비상 상황에 대비한 준비 태세를 갖춘다는 구상이다.
린칭이(Lin Ching-yi) 대만 보건복지부 차관은 이번 집중 관리 대상에 인슐린(Insulin), 항생제(Antibiotics), 포도당 주사액, 종양 치료제, 면역 조절제 등이 포함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가 대표팀은 대만 내 31개 원료의약품 제조사와 143개 제약사가 현지 생산 제품의 비중을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와 함께 대만 정부는 국가 수준의 의약품 지능형 물류 및 저장 센터를 설립하여 스마트 기술 기반의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공급 부족 징후를 조기에 포착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할 예정이다.
라이 총통은 이번 계획이 단순한 보건 안보 차원을 넘어 바이오 의료 산업의 업그레이드를 도모하는 기회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그는 "대만을 글로벌 바이오 제품 및 의료기기 공급망에서 필수적인 파트너로 만들어 의약품 회복력 강화를 산업적 모멘텀으로 전환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이러한 비전 달성을 위해 정부와 민간 부문의 긴밀한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점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