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 회사 홈페이지
사노피(Sanofi)의 다발성 경화증(MS) 치료제 후보물질 톨레브루티닙(tolebrutinib)이 유럽 시장 진출을 위한 결정적인 교두보를 마련했다.
유럽 의약품청(EMA) 산하 약물사용자문위원회(이하 CHMP)는 지난 2년 동안 재발이 없는 이차 진행형 다발성 경화증(SPMS) 환자를 대상으로 톨레브루티닙의 승인을 권고했다. CHMP의 긍정적 의견은 비재발성 이차 진행형 다발성 경화증 대상의 HERCULES 임상 3상 데이터를 근거로 하며, GEMINI 1·2 임상 3상의 보조 데이터가 뒷받침됐다. CHMP는 위약 대비 장애 진행 위험 31% 감소, 연간 신규 또는 확대 병변 38% 감소 효과를 승인 권고의 근거로 삼았다. 유럽 내 상업적 명칭은 센리프키(Cenrifki)로 정해졌다.
이번 권고는 FDA가 2025년 12월 23일 발부한 보완요구서한(CRL, Complete Response Letter)과 정면으로 대비된다. 이는 우선심사(Priority Review) 및 혁신치료제(Breakthrough Therapy) 지정에도 불구하고 내려진 결정이었다.
보완요구서한에 명시된 핵심 거절 사유는 두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는 약인성 간손상(Drug-induced liver injury, 이하 DILI) 위험의 심각성이다. FDA는 약 2,700명의 임상 참가자 중 간독성의 고위험 지표인 Hy's Law 기준에 부합하는 사례가 6건 발생했으며 이 중 1명이 간 이식 후 사망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 위험을 "다발성 경화증 치료제 영역에서 이례적으로 높은 수준"으로 규정했다. 사노피가 제안한 위해성 관리 계획(REMS)으로는 이를 충분히 통제할 수 없다는 판단이었다.
둘째는 효능의 환자군별 불확실성이다. FDA는 기저 MRI에서 조영증강(Gd-enhancing) 병변이 확인된 활성형 이차 진행형 다발성 경화증 환자에서 치료 효과가 집중됐다는 하위집단 분석을 문제 삼았다. 활성형 이차 진행형 다발성 경화증은 이미 승인된 대안이 존재하는 환자군으로, 정작 치료 공백이 가장 큰 비활성형 이차 진행형 다발성 경화증에서의 효과를 확신할 수 없다는 것이 FDA의 결론이었다.
CHMP는 동일한 데이터에서 다른 결론에 도달했다. CHMP는 DILI를 확인된 안전성 위험으로 명시하면서도, 간 수치 상승에 대한 엄격한 모니터링 의무와 신속한 대응을 조건으로 이익이 위험을 상회한다고 판단했다. FDA가 비활성형 SPMS에서의 효능 불확실성을 이유로 최종 승인을 거부한 것과 달리, CHMP는 적응증을 재발 없는 SPMS로 명확히 한정하고 간 모니터링 요건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이익-위험 균형을 달리 해석했다. 현재 해당 환자군에 승인된 치료 옵션이 사실상 전무하다는 점, 즉 미충족 수요가 규제 판단의 핵심 변수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노피는 지난 2020년 프린시피아 바이오파마(Principia Biopharma)를 37억 달러에 인수하며 BTK 억제제인 톨레브루티닙을 확보했다. 그러나 HERCULES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2024년 두 건의 후기 임상 실패에 이어 2025년 12월 PPMS 대상 PERSEUS 임상 3상마저 1차 평가변수를 충족하지 못했다. 연이은 악재 속에서 이번 CHMP 긍정 의견은 유럽을 교두보로 삼아 재기를 모색할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