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제약 대기업 사노피(Sanofi)가 최근 잇따른 연구개발(R&D)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물어 폴 허드슨(Paul Hudson) 최고경영자(CEO)를 전격 교체했다. 사노피 이사회는 독일 머크(Merck KGaA)를 이끌어온 벨렌 가리조(Belén Garijo)를 새로운 수장으로 낙점하고 경영 쇄신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이번 인사는 사노피가 직면한 혁신 동력 저하와 주요 파이프라인의 임상 중단 사태를 타개하기 위한 결단으로 풀이된다. 폴 허드슨은 오는 2월 17일자로 물러나며, 벨렌 가리조 내정자가 정식 취임하는 4월 29일까지는 올리비에 샤르메유(Olivier Charmeil) 제너럴 메디슨 부문 총괄 부사장이 임시 CEO직을 수행한다. 사노피는 가리조 내정자가 기업 전략 실행에 있어 한층 강화된 규율을 가져올 것이라고 설명하며, R&D 생산성과 거버넌스, 혁신 역량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허드슨의 6년 재임 기간 동안 사노피는 여러 핵심 파이프라인에서 고배를 마셨다. 지난해 천식 치료 후보물질인 암리텔리맙(amlitelimab)이 임상 2상에서 유효성 입증에 실패했으며, 경구용 TNF 억제제인 발리나툰피브(balinatunfib) 역시 건선 임상에서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또한 리제네론(Regeneron)과 공동 개발 중이던 IL-33 후보물질 이테페키맙(itepekimab)도 만성 폐쇄성 폐질환 임상 3상에서 부정적인 결과를 얻었다. 이러한 R&D 부진은 2031년경 예정된 듀피젠트(Dupixent)의 특허 만료에 따른 매출 공백을 메워야 하는 사노피에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해 왔다.
허드슨은 지난달 실적 발표 당시 "남들이 하지 않은 일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겪는 부침"이라며 소회를 밝혔으나, 이사회는 리더십 교체를 통한 체질 개선을 선택했다. 후임으로 지목된 가리조는 사노피의 전신인 론 풀랑 로러(Rhône-Poulenc Rorer)와 아벤티스(Aventis)를 거친 인물로, 과거 젠자임(Genzyme) 통합 과정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경험이 있다. 사노피는 1960년생인 가리조의 취임을 위해 CEO 임명 연령 제한을 상향하는 정관 변경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벨렌 가리조의 합류로 글로벌 매출 상위 10대 제약사 중 여성 CEO의 명맥이 다시 이어지게 됐다. 올해 초 엠마 웜슬리(Emma Walmsley)가 지에스케이(GSK)를 떠난 이후 대형 제약사 내 여성 리더십에 공백이 생겼던 상황에서 가리조는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게 됐다. 가리조 내정자는 머크에서 입증한 경영 능력을 바탕으로 사노피의 R&D 구조를 재편하고 장기적인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