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슈(Roche)가 개발 중인 경구용 선택적 에스트로겐 수용체 분해제(SERD) 기레데스트란트(giredestrant)가 전이성 유방암 1차 치료제를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 3상에서 일차 평가변수 달성에 실패했다.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2026 연례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persevERA 임상 결과에 따르면, 기레데스트란트와 화이자(Pfizer)의 CDK4/6 억제제 입랜스(Ibrance, 성분명 팔보시클립) 병용요법은 대조군인 노바티스(Novartis)의 페마라(Femara, 성분명 레트로졸) 및 입랜스 병용요법 대비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무진행생존기간(PFS) 개선을 입증하지 못했다.
조사자 분석 결과 기레데스트란트 병용군의 PFS 중앙값은 33.1개월로, 대조군의 28.2개월보다 4.9개월 길었으나 위험비(HR) 기준 11%의 수치적 개선에 그쳐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는 데는 미치지 못했다. 전체 생존기간(OS) 데이터 역시 추적 관찰 기간 중앙값 52개월 시점에서 위험비 1.03을 기록하며 유의미한 이점을 보여주지 못했다. 3년 생존율은 두 군 모두 74.1%로 동일하게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에도 불구하고 로슈는 기레데스트란트의 메가블록버스터 가능성을 여전히 높게 평가하고 있다. 로슈의 부의학책임자(Deputy CMO) 스테판 프링스(Stefan Frings)는 이번 임상에서 확인된 생존 곡선의 분리에 주목하며 "PFS 곡선의 매력적인 분리를 확인했으며, 이는 분명한 치료 효과가 존재함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특히 프링스 박사는 "보조요법 환경에서는 5년 동안 치료를 지속하므로, 몇 퍼센트의 개선만으로도 긍정적인 치료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며 후속 전략의 근거를 제시했다.
실제로 전이성 환자의 경우 질병 진행 시까지 치료를 지속하기 때문에 환자의 절반가량이 3년 미만으로 약물을 복용하지만, 조기 유방암 보조요법은 5년의 투약 기간을 상정한다. persevERA 임상에서 확인된 PFS 곡선의 분리가 약 16개월 시점부터 나타나기 시작해 3년 시점에서 기레데스트란트군 45.8%, 대조군 41.9%로 격차가 벌어진 점이 로슈의 자신감을 뒷받침하고 있다.
로슈는 이미 기레데스트란트 단독요법을 보조요법으로 평가한 lidERA 임상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확보한 바 있다. 회사는 이번 persevERA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기레데스트란트와 CDK4/6 억제제를 병용하는 조기 유방암 보조요법 임상을 새롭게 설계 중이다. 프링스 박사는 초기 임상 실패의 원인에 대해 "CDK4/6 억제제가 매우 강력한 약제이기 때문에 초기에는 내분비 조절 효과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