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 회사 홈페이지
로슈(Roche)가 유럽 의약품청(EMA)의 허가 거절을 극복하기 위해 뒤센 근이영양증(DMD) 유전자 치료제인 엘레비디스(Elevidys)의 새로운 글로벌 임상 3상을 시작한다.
앞서 EMA 산하 의약품위원회(CHMP)는 지난해 7월 보행이 가능한 DMD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엘레비디스의 조건부 허가(CMA) 권고를 거부했다. CHMP의 부정적 의견은 EMBARK 임상 3상에서 나타난 효능 데이터의 불충분성에 근거했다. 엘레비디스 투여군과 위약군 간 북극성 보행 평가(NSAA) 점수 차이가 0.65점에 불과해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이 핵심 이유였다(p=0.24). EMA는 EMBARK 시험에서 치료군과 위약군 간 운동 기능 개선 차이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다는 점을 부정적 의견의 근거로 삼았으며, 면역 관련 부작용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로슈는 EMA 및 DMD 커뮤니티의 피드백을 반영해 재심사를 위한 추가적인 위약 대조 데이터를 생성할 계획이다. 로슈의 최고 의학 책임자이자 글로벌 제품 개발 총괄인 리바이 가러웨이(Levi Garraway) 박사는 "이번 신규 연구는 DMD 커뮤니티에 대한 로슈의 헌신과 이 질병 조절 치료제를 유럽 및 전 세계 보행 가능 소아 환자들에게 제공하려는 의지를 반영한다"며 "우리의 확신은 엘레비디스의 장기적인 유효성과 안전성을 보여주는 강력한 데이터와 전 세계 1,000명 이상의 환자 치료 경험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밝혔다.
엘레비디스의 EMA 심사 과정에서 주목되는 점은 동일한 임상 데이터를 두고 미국 FDA와 EMA가 상반된 결론에 도달했다는 사실이다. EMBARK 임상 3상은 4~7세 보행 가능 DMD 환자 125명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52주 시점에서 에레비디스 투여군의 NSAA 총점은 2.6점, 위약군은 1.9점 향상되어 두 군 간 차이는 0.65점에 그쳤고(p=0.24), 이는 사전에 설정한 통계적 유의성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다만 2차 평가변수인 '바닥에서 일어나는 시간(Time to Rise, TTR)' 항목에서는 에레비디스 투여군이 위약 대비 0.64초의 유의미한 개선을 기록했다.
FDA는 이 2차 평가변수 개선 결과와 생물학적 지표(마이크로-디스트로핀 단백질 발현량)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2024년 6월 정식 허가(traditional approval)로 전환하고 적응증을 만 4세 이상 보행 가능 환자 전체로 확대했다. 그러나 이 결정은 FDA 내부 심사팀의 반대 의견을 CBER(생물의약품평가연구센터) 국장이 번복한 형태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기관 내부적으로도 논란을 낳았으며, 확증 임상에서 1차 평가변수를 충족하지 못한 약물이 전통적 허가로 전환된 것은 전례 없는 결정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반면 EMA는 FDA의 이 같은 판단을 수용하지 않고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1차 평가변수 충족을 허가의 전제 조건으로 고수했다.
새로 실시되는 임상 3상은 보행 가능한 소아 환자 약 100명을 대상으로 72주 동안 엘레비디스와 위약을 비교한다. 1차 평가변수는 미래 질병 진행의 중요한 예후 인자로 꼽히는 '바닥에서 일어나는 시간(Time to Rise)'의 변화다. 이는 기존 EMBARK 연구에서 NSAA가 1차 평가변수로 설정됐던 것과 달리, EMA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개선을 인정한 2차 지표를 전면에 내세운 설계다. 엘레비디스의 원개발사 사렙타 테라퓨틱스는 외부 대조군과의 3년 비교 데이터에서 6.05초의 개선 효과를 확인했다며 약물의 가치를 강조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