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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매사추세츠 소재의 바이오 기업 레플리뮨(Replimune)이 개발 중인 흑색종 후보물질 RP1(vusolimogene oderparepvec)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다시 한번 승인 거절 통보를 받았다. 지난해 7월 첫 번째 승인 거절 이후 데이터를 보완해 재신청했으나, 규제 당국은 여전히 임상 데이터의 유효성이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현지 시각 4월 10일 발행된 최종 보완 요구서(CRL)에 따르면, FDA 산하 치료제국(OTP)과 항암제 우수 센터(OCE) 심사위원단은 만장일치로 레플리뮨이 제시한 데이터가 실질적인 효과를 입증하기에 불충분하다고 결론지었다.
이번 결정으로 RP1의 향후 개발 방향은 극심한 불확실성에 직면하게 됐다. 레플리뮨은 지난 2월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를 통해 두 번째 승인 거절이 발생할 경우 RP1 개발의 타당성을 재검토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FDA는 이번 재심사 과정에서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퀴브(Bristol Myers Squibb)의 옵디보(Opdivo)와 병용 투여한 Ignyte 임상 1/2상의 데이터를 재분석했다. 당국은 해당 임상이 적절하게 통제되지 않았으며, 환자군의 이질성으로 인해 결과를 해석하기 어렵다는 기존의 입장을 유지했다.
레플리뮨이 보완책으로 제출한 진행 중인 임상 3상 데이터 역시 심사 결과에 영향을 주지 못했다. FDA는 임상 3상 계획 인원의 10%만이 치료를 받았다는 점을 지적하며, 반응 지속 기간 데이터의 부재와 사전 정의되지 않은 무진행 생존(PFS) 분석의 신뢰성 결여를 거절 사유로 명시했다.
이번 승인 거절이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RP1이 겨냥하는 환자군의 의학적 공백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항-PD-1 치료제를 투여한 이후 병이 진행된 진행성 흑색종 환자들에게는 치료 선택지가 극히 제한적이며, 이는 심각한 미충족 의료 수요를 형성하고 있다.
Ignyte 임상 1/2상에서 RP1과 니볼루맙 병용 요법은 이 환자군에서 33.6%의 전체 반응률을 기록하며 임상적 가능성을 시사했으나, FDA는 단일군 비교 임상의 설계적 한계와 환자군 이질성을 근거로 이를 승인의 근거로 인정하지 않았다. 특히 FDA는 병용 요법에서 RP1 단독의 기여도를 분리해 입증하지 못했다는 점을 핵심 쟁점으로 제기했으며, 이는 가속 승인 경로를 활용한 병용 항암제 전반에 적용되는 엄격한 규제 기준을 재확인한 것이기도 하다.
항암바이러스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RP1은 헤프레스 심플렉스 바이러스(HSV)를 유전자 재조합하여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설계된 약물이다. 이번 승인 거절 소식이 전해지자 레플리뮨의 주가는 전일 종가 대비 약 20% 급락하며 시장의 실망감을 반영했다. 재신청 이후 기대감으로 상승했던 주가는 하루 만에 4.76달러 선까지 하락했다.
한편, 이번 심사는 과거 첫 번째 거절을 주도했던 리차드 파즈두르(Richard Pazdur) 박사가 은퇴한 후 새로운 심사팀에 의해 수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심사 주체와 팀의 교체에도 불구하고 데이터의 질적 미흡함에 대한 당국의 판단은 변하지 않았다. 레플리뮨 측은 이번 결과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