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의약품 시장의 품질 규제가 단순한 제조 관리를 넘어 첨단 기술과 디지털 전환을 결합한 전략적 시스템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한국규제과학센터는 지난 24일 서울 포스트타워에서 제12회 규제과학CHAT을 개최하고 바이오헬스 산업의 발전을 위한 의약품 품질 규제 최신 동향과 국내 대응 전략을 논의했다.
이번 토론회에서 발표를 맡은 전 경인지방식약청 시험분석센터장 김미정 박사는 글로벌 의약품 품질 규제의 핵심 변화로 공급망 취약성 극복과 환자 중심의 패러다임 전환을 꼽았다. 최근 국제 사회는 의약품 부족 현상을 예방하기 위해 제조 및 품질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이며, 이 과정에서 첨단 기술의 도입과 국제적 조화가 필수적인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미국과 유럽 등 주요 글로벌 규제기관은 제네릭 의약품의 품질 관리를 고도화하기 위해 설계기반 품질고도화(QbD)를 비롯해 불순물 관리, 허가 후 변경관리 계획(PACMP), 연속제조공정(CM), 실시간 출하시험(RTRT) 등 혁신 기술을 규제 체계 내에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다. 반면 한국의 경우 GMP와 불순물 관리 분야에서는 일정 수준의 성과를 거두고 있으나, 변경관리나 CM, RTRT와 같은 첨단 공정 및 시험 영역에서는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제약 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규제 조화와 제도적 뒷받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김 박사는 CM 및 RTRT 시범사업의 범위를 확대하고, 전자 국제공통기술문서(eCTD) 활성화를 통한 국제 표준 대응력을 높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한 ICH Q12 가이드라인에 기반한 허가 후 변경 관리 제도의 안정적인 정착이 국내 기업들의 글로벌 진출을 위한 필수 과제임을 강조했다.
의약품 품질 규제는 더 이상 제품의 적합 여부를 판정하는 시험 단계에 그치지 않고, 환자에게 최적의 치료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과학적이고 전략적인 시스템으로 인식되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규제과학센터 박인숙 센터장은 "의약품 품질 규제는 첨단 기술을 통해 품질을 실시간으로 보증하고 공급의 연속성을 확보하는 전략적 가치의 영역으로 이동했다"며 "규제는 혁신의 걸림돌이 아닌 첨단 기술을 환자의 안전과 연결하는 나침반으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