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리젠엑스바이오(Regenxbio)의 헌터증후군 유전자 치료제 RGX-121에 대한 승인 거절 사유를 담은 보완요구서(CRL)를 공개했다. 이번 결정은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 과정에서 관행적으로 활용되던 바이오마커와 자연사 대조군 설계에 대해 규제 당국이 한층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기 시작했음을 시사한다.
FDA는 리젠엑스바이오가 제출한 단일 임상 시험인 CAMPSIITE 연구의 설계 전반에 걸쳐 문제를 제기했다. 주요 반려 사유로는 환자군 정의의 불확실성, 자연사 대조군 사용의 부적절성, 대리 결과 지표로 활용된 바이오마커의 신뢰성 부족이 명시됐다. 특히 유전자 분석과 베일리 영유아 발달 척도(BSID)를 혼용한 환자 분류 방식에 대해, 특정 유전자 변이만으로 질환의 중증도를 구분하는 것은 과학적 합의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리젠엑스바이오가 대리 지표로 설정한 헤파란 황산염(D2S6) 수치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FDA는 해당 지표가 임상 현장에서 통상적으로 평가되지 않으며, 질환과의 상관관계를 뒷받침할 문헌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또한 13명에 불과한 소규모 임상 환자군과 자연사 대조군 사이의 연령 및 인지 기능 저하 수준이 비교 가능하지 않다는 점도 승인 거절의 결정적 요인이 됐다.
업계는 이번 사례가 FDA 산하 생물의약품평가연구센터(CBER)의 기조 변화를 반영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비나이 프라사드(Vinay Prasad) CBER 소장 부임 이후, 희귀질환 분야에서 허용되던 규제 유연성이 위축되고 무작위 이중맹검 대조 임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2024년 이후 희귀질환 치료제에 대한 자문위원회 개최 건수는 급감했으며, 가속 승인 경로를 밟던 다수의 파이프라인이 고배를 마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