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제네론(Regeneron)이 주력 제품인 안과 질환 치료제 아일리아(Eylea)의 매출 감소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고용량 제형인 아일리아 HD(Eylea HD)를 통한 시장 주도권 회복에 사활을 걸고 있다. 최근 발표된 2025년 4분기 및 연간 실적에 따르면, 미국 내 아일리아 프랜차이즈의 총 매출은 2024년 4분기 15억 달러에서 지난해 4분기 10억 8천만 달러로 크게 위축되었다. 2025년 전체 매출 역시 전년 대비 27% 감소한 44억 달러를 기록하며, 2022년 기록했던 정점인 63억 달러 대비 하락세가 뚜렷해지는 양상이다.
이러한 매출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는 로슈(Roche)의 경쟁 약물인 바비스모(Vabysmo)의 시장 침투와 더불어, 미국 내 브랜드 약물 시장 자체의 수축이 꼽힌다. 의료 현장에서 아바스틴(Avastin)이나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와 같은 저가형 대안 처방이 늘어나면서 항혈관내피성장인자(anti-VEGF) 약물군 전체가 압박을 받고 있다. 실제로 독주 체제를 굳히는 듯했던 바비스모조차 2025년 하반기 매출이 상반기 대비 감소하며 출시 이후 첫 분기별 하락세를 기록하는 등 시장 전반의 냉기류를 피하지 못했다.
리제네론은 아일리아 HD의 임상적 강점과 상업적 모멘텀을 통해 이러한 위기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전략이다. 회사 측은 아일리아 HD에 대한 의료진의 수요가 전 분기 대비 10% 증가했다는 점을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11월 획득한 월 1회 투여 옵션 및 망막정맥폐쇄(RVO)에 대한 적응증 확대는 시장 경쟁력을 강화하는 핵심 요소다. 리제네론의 상업 부문 총괄 마리온 맥코트(Marion McCourt)는 "아일리아 HD는 현재 어떤 anti-VEGF 약물보다 넓은 적응증과 유연한 용법을 확보했다"며 "의료진들이 이러한 기능 강화를 기다려온 만큼 초기 시장 반응이 고무적이다"라고 강조했다.
공급망 안정화와 편의성 개선 작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기존 위탁생산 업체인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 산하 카탈렌트(Catalent)의 문제로 지연되었던 아일리아 HD의 생산 이슈는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신규 완제 공정 제조 시설 승인을 받으며 해소될 전망이다. 또한 2분기 중으로 예상되는 프리필드시린지(PFS) 제형의 승인은 의료진의 사용 편의성을 높여 시장 점유율 확대를 뒷받침할 것으로 보인다.
아일리아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리제네론의 전체 실적은 사노피(Sanofi)와 공동 개발한 듀피젠트(Dupixent)와 면역항암제 리브타요(Libtayo)의 선전 덕분에 완만한 성장을 유지했다. 듀피젠트는 4분기에만 34% 급증한 49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으며, 리브타요 또한 연간 매출 14억 5천만 달러를 달성하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결과적으로 리제네론의 2025년 총 매출은 전년 대비 1% 증가한 143억 달러를 기록하며 시장 예상치를 상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