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파마뉴스 | 서윤열 약학전문기자]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화이자(Pfizer)의 피하주사형 혈우병 치료제 힘파브지(Hympavzi)에 대한 적응증 확대를 승인했다. 이번 결정으로 힘파브지의 투약 대상은 기존 12세 이상 비항체 환자에서 6세 이상의 혈우병 A 및 B 환자로 대폭 확대되었으며, 면역 체계에 의해 응고인자 치료제의 효과가 억제되는 항체(Inhibitor) 보유 환자까지 포함하게 됐다.
힘파브지는 조직인자 경로 억제제(Anti-TFPI) 기전의 약물로, 지난 2024년 10월 항체가 없는 12세 이상 혈우병 A 및 B 환자를 대상으로 최초 승인을 획득한 바 있다. 이번 라벨 확대를 통해 항체 여부와 관계없이 6세 이상의 소아 환자까지 처방이 가능해졌으며, 항체가 발생한 12세 이상의 환자들에게도 새로운 치료 옵션을 제공하게 됐다. 해당 약물은 사전 충전식 오토인젝터 펜을 활용해 주 1회 투여하는 예방요법으로 사용된다.
로스앤젤레스 아동병원의 지혈 및 혈전증 센터 소장인 가이 영(Guy Young) 박사는 "어린 나이부터 출혈 에피소드를 겪어야 하는 소아 환자와 항체가 발생한 혈우병 환자들에게 치료 옵션은 제한적이고 부담스러운 경우가 많았다"며 "힘파브지는 이 공동체가 오랫동안 필요로 했던 수준의 간편함을 제공한다"고 평가했다.
혈우병은 혈액 응고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관절 내 통증성 출혈을 유발하는 질환으로, 전 세계적으로 약 80만 명 이상이 앓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소아의 경우 관절의 연골과 뼈가 성장하는 단계에 있어 출혈로 인한 손상에 더욱 취약하다. 화이자에 따르면 혈우병 A 환자의 약 20%, 혈우병 B 환자의 약 3%에서 항체 화합물이 발생하며, 이는 기존 인자 보충 요법의 효과를 떨어뜨리고 통제되지 않는 출혈 위험을 높이는 원인이 된다.
이번 승인의 근거가 된 임상 3상 Basis 연구에 따르면, 항체를 보유한 12세 이상 환자가 기존 치료법에서 힘파브지로 전환했을 때 연간 출혈률(ABR)이 9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6세에서 17세 사이의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Basis Kids 임상에서도 항체 보유 여부와 상관없이 연간 출혈률이 유의미하게 감소하는 결과가 확인됐다.
현재 혈우병 치료제 시장은 로슈(Roche)의 헴리브라(Hemlibra)가 혈우병 A 시장을 주도하며 지난해 45억 스위스 프랑(약 57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화이자는 힘파브지 외에도 혈우병 B 유전자 치료제인 베크베브(Beqvev)를 승인받았으나, 높은 가격과 시장 수요 부족으로 지난 2월 시장에서 철수한 바 있다. 이번 힘파브지의 적응증 확대로 화이자는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의 알헤모(Alhemo), 사노피(Sanofi)와 앨나일람(Alnylam)의 큐피틀리(Qfitlia) 등 경쟁 약물 사이에서 입지를 강화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