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약업계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약가 인하 조치에 맞서 법적 공방을 가속화하고 있다.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가 제기한 IRA 위헌 소송과 관련해 미국 상공회의소가 연방대법원의 심리를 촉구하는 법정 조언자 의견서(Amicus brief)를 제출하며 산업계 전반의 결집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상공회의소는 의견서를 통해 IRA에 명시된 약가 협상 절차가 실질적으로는 제조사가 시장가 이하로 자산을 매각하도록 강요하는 강압적 수단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하급심이 노보 노디스크의 헌법적 이의 제기를 기각한 결정을 대법원이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이러한 규제가 미국 제약 부문의 연구개발(R&D) 투자에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입힐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법적 대응은 노보 노디스크의 주력 제품인 GLP-1 계열 비만 및 당뇨병 치료제가 대규모 약가 인하 대상에 포함된 시점에 이루어졌다. 보건복지부 산하 메디케어 및 메디케이드 서비스 센터(CMS)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오젬픽(Ozempic)의 월간 메디케어 약가는 기존 959달러에서 내년 274달러로 조정될 예정이다. 위고비(Wegovy) 고용량 역시 월 385달러 수준으로 인하가 예고되어 기업의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업계의 저항은 노보 노디스크에 국한되지 않는다. 노바티스(Novartis)와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 역시 이미 대법원에 상고를 신청했거나 하급심 판결에 불복해 절차를 밟고 있다. 하급심 법원은 제약사가 메디케어 참여 여부를 선택할 수 있다는 논리로 정부의 손을 들어주고 있으나, 업계는 비참여 시 부과되는 막대한 특별소비세와 시장 퇴출 위협이 사실상의 가격 통제라고 맞서고 있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으로 인한 최우선국(Most-Favored-Nation, MFN) 전략이 또 다른 변수로 부상했다. 이는 미국 내 약가를 다른 선진국 수준으로 맞추려는 정책으로, 이미 애브비(AbbVie), 암젠(Amgen), 일라이 릴리(Eli Lilly), 화이자(Pfizer) 등 주요 글로벌 제약사들이 백악관과 약가 관련 합의를 체결한 상태다. 제약사들은 관세 위협을 피하기 위해 이러한 합의를 수용하고 있으나, IRA와 MFN이라는 양면 압박 속에서 경영 불확실성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