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가 당뇨병 및 비만 치료제 세마글루타이드(semaglutide) 제품군의 미국 내 도매획득원가(WAC), 즉 표시가격을 대폭 인하한다. 이번 조치는 2027년 1월 1일부터 적용될 예정이며, 대상 품목은 비만 치료제 위고비(Wegovy, 주사제·경구제)와 제2형 당뇨병 치료제 오젬픽(Ozempic, 주사제), 리벨서스(Rybelsus, 경구제) 전 제품군이다.
회사 측 설명에 따르면 위고비의 표시가격은 현재 대비 약 50% 인하되며, 오젬픽은 약 35% 조정된다. 이에 따라 두 제품의 표시가격은 월 675달러 수준으로 재책정될 전망이다.
노보 노디스크는 이번 가격 인하가 고액 공제형 건강보험 가입자나 공동보험 구조에 속한 환자들에게 직접적인 부담 완화 효과를 줄 수 있다고 밝혔다. 제이미 밀러 노보 노디스크 미국 운영 담당 수석 부사장은 “공공 및 민간 보험사와 환자들로부터 표시가격 인하 요구가 지속돼 왔다”며 “표시가격과 본인 부담 비용이 직접 연동되는 보험 구조 하에서는 이번 조치가 환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인하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메디케어 약가 협상 적용 시점과 맞물려 시행된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IRA에 따라 일부 고가 의약품은 연방 의료보험(Medicare) 대상 약가 인하가 단계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제약사들이 이러한 제도 변화에 대응해 가격 전략을 재조정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다만 일각에서는 표시가격 인하가 실제 시장 전반의 환자 부담 경감으로 얼마나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신중한 시각도 존재한다. 최근 GLP-1 계열 치료제의 유통 구조가 다양화되면서 보험 적용을 받지 않는 직접 구매나 현금 결제 방식도 일부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표시가격 조정의 체감 효과는 환자의 보험 유형과 구매 경로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노보 노디스크는 이미 백악관과의 약가 합의를 통해 자가 결제 환자를 위한 별도 할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위고비 전 용량과 오젬픽(2mg 제외)은 월 349달러에 공급되고 있으며, 최근 승인된 경구용 위고비는 시작 용량 기준 월 149달러 수준으로 책정돼 있다. 환자들은 정부 약품 구매 포털인 TrumpRx.gov를 통해 회사의 직접 판매 채널인 노보케어 파마시(NovoCare Pharmacy)로 안내받을 수 있다.
한편 GLP-1 계열 치료제 시장에서는 일라이 릴리(Eli Lilly)도 공격적인 전략을 펼치고 있다. 릴리는 비만 치료제 젭바운드(Zepbound)와 당뇨병 치료제 마운자로(Mounjaro)를 앞세워 자체 판매 플랫폼 ‘릴리다이렉트(LillyDirect)’를 운영하며 유통 구조 다변화에 나서고 있다. 업계에서는 향후 보험사 및 PBM과의 협상 구도, 리베이트 구조 변화가 GLP-1 시장 수익성에 중대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