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현재 시범사업 형태로 운영 중인 분산형 임상시험(DCT)의 적용 범위를 전면 확대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에 착수했다. 이재명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하는 규제합리화위원회 출범과 맞물려 메가특구법을 통한 규제특례를 적용함으로써 기존의 질환별 제한을 허물고 임상시험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겠다는 구상이다.
29일 정부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국회에서 추진 중인 메가특구법 제정 과정에 분산형 임상시험의 법적 근거를 명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보건의료기본법에 근거한 현행 시범사업의 한계를 넘어 보다 유연하고 광범위한 제도 운영을 가능하게 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분산형 임상시험은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환자가 병원을 직접 방문하지 않고 자택이나 지역 의료기관에서 임상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온라인 피험자 모집, 전자서명, 원격 모니터링 등이 핵심 기술로 활용되며 글로벌 제약업계에서는 이미 확산되는 추세다. 반면 국내에서는 임상시험을 반드시 지정된 의료기관 내에서 수행하도록 규정한 현행 약사법으로 인해 도입과 확산에 제약이 있었다.
보건복지부는 이러한 규제 장벽을 완화하기 위해 2024년 말부터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을 중심으로 서울대병원, 가천대 길병원, 충북대병원, 충남대병원 등 7개 기관이 참여하는 시범사업을 운영해 왔다. 현재는 우울증, 폐질환, 수면무호흡증, 비만 등 4개 질환에 국한되어 있으나, 향후 메가특구법 기반의 규제특례가 도입되면 모든 질환으로 그 대상이 넓어질 전망이다.
임강섭 보건복지부 제약바이오산업과장은 "현재 시범사업은 질환별로 장관 결재를 거쳐 개별적으로 진행하는 구조이나, 메가특구법에 분산형 임상시험이 명시되면 법적 근거가 명확해져 시범사업보다 유연한 제도 운영이 가능해진다"며 "전 세계적인 확산 흐름에 맞춰 국내에서도 단계적으로 허용 범위를 넓히고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향후 제도화를 추진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기허가 의약품을 중심으로 분산형 임상의 기술력과 운영 가이드라인을 축적한 뒤, 이를 토대로 약사법 등 관련 법령 개정까지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환자의 임상 참여 편의성을 높이는 것은 물론 피험자 모집 용이성, 비용 절감 및 기간 단축 등 제약바이오 산업 전반의 임상 경쟁력이 한 단계 도약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