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파마뉴스 | 서윤열 의약 전문 기자] 모더나(Moderna)가 mRNA 독감 백신을 둘러싼 장기간의 규제 불확실성에서 마침내 벗어났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산하 백신 및 관련 생물학적 제제 자문위원회(VRBPAC)가 6월 18일 mRNA 독감 백신 후보물질 mFlusiva(mRNA-1010)의 이익이 위험보다 크다는 데 50~64세와 65세 이상 두 연령 그룹 모두에서 9대 0 만장일치로 찬성했다.
프라사드의 제동, 그리고 번복
이번 결과는 불과 4개월 전과 선명하게 대비된다. 지난 2월, FDA 산하 생물학적 제제 평가·연구 센터(CBER) 국장 바이나이 프라사드(Vinay Prasad)는 mRNA-1010의 허가 신청을 검토조차 하지 않겠다는 거부 서한(RTF)에 직접 서명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임상 3상에서 고령자 대상 비교군으로 고용량 백신 대신 표준 용량 백신을 사용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업계의 시선은 복잡했다. 모더나는 2024년 4월 사전 협의에서 CBER로부터 표준 용량 비교군 사용이 "수용 가능하다"는 서면 동의를 받았고, 임상 설계 확정 이후에도 어떠한 이의 제기도 없었다. 더구나 RTF 직전 FDA 내부 심사팀은 검토 절차를 개시할 준비를 마친 상태였으며, 프라사드가 이를 번복했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공개적으로 mRNA 기술에 회의적 입장을 취해 온 프라사드가 RFK Jr. 주도의 백신 정책 기조 아래 제동을 걸었다는 해석이 나온 배경이다.
모더나는 이례적으로 RTF 전문을 홈페이지에 공개하며 정면 대응했다. CEO 스테판 방셀(Stéphane Bancel)은 "안전성이나 효능에 대한 우려가 없음에도 내려진 이 결정은, 혁신 의약품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강화한다는 공동의 목표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공개 반박했다. 과학계와 산업계의 압박이 거세지면서 FDA는 불과 수일 만에 입장을 번복, 검토 절차 재개를 통보했다. 이 과정에서 모더나는 허가 신청 범위를 조정해 50~64세 성인에 대한 정식 승인과 65세 이상에 대한 조건부 가속 승인을 병행 추진하는 방식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FDA는 최종 허가 결정 시한을 오는 8월 5일로 공시한 상태다.
이후 FDA 내부의 지각변동이 이어졌다. 프라사드를 포함해 마틴 머케리 FDA 국장, CBER 및 CDER 주요 임원들이 잇따라 사퇴하거나 교체됐다. 잦은 수뇌부 교체로 인해 두 핵심 심사 부서 각각에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여섯 번째 수장이 바뀌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이번 VRBPAC 회의는 그 혼란이 일단락된 이후 열린 첫 주요 자문위원회였다.
9대 0 만장일치... 데이터가 증명한 우위
이날 자문위원들이 검토한 임상 3상(P304) 결과에 따르면, mRNA-1010은 50세 이상 성인에서 표준 용량 백신 대비 26.6% 높은 상대적 백신 효능을 나타냈으며, 심각한 이상 반응은 대조군과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자문위원인 아담 버거(Adam Berger) 박사는 단일 독감 시즌 동안만 수집된 데이터라는 점과 일부 하위 그룹 데이터의 부족을 지적하면서도, 명확한 효능 우위와 수용 가능한 안전성 프로파일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모더나 감염병·희귀질환 임상 개발 부사장 리투파르나 다스(Rituparna Das) 박사는 "mRNA-1010은 선택된 항원 서열을 직접 인코딩하고 유정란 배양 과정을 생략해 유연한 제조 일정을 지원하며, 변이 선정과 접종 사이의 시간 간격을 단축함으로써 기존 백신의 구조적 한계를 극복할 잠재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만장일치 권고는 모더나에게 있어 단순한 규제 관문 통과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mRNA-1010은 독감 단독 백신에 그치지 않고, 현재 유럽에서는 이미 허가를 받은 독감·코로나19 혼합 백신 mCombriax(mRNA-1083)의 미국 내 재신청을 위한 선결 조건이기도 하다. 2028년 손익분기점 달성을 목표로 사업 구조를 재편 중인 모더나에게, VRBPAC의 9대 0 결정은 mRNA 플랫폼 확장 전략 전반에 다시 동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