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FDA, 모더나 독감 백신 심사 거부... "예측 불가능한 규제 환경"에 얼어붙는 투자 심리
The Pharma2026.02.13 16:31 발행
모더나 mRNA-1010 심사 거부 및 미국 내 백신 규제 불확실성 심화
정치적 기조 변화에 따른 규제 기관 의사결정 체계 혼선 및 투자 위축
글로벌 제약사 백신 매출 하락세 속 연구개발 우선순위 재편 가속화
자료: 회사 홈페이지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모더나(Moderna)가 개발한 mRNA 독감 백신 파이프라인 mRNA-1010의 품목허가 신청에 대해 심사 거부(RTF)를 통보했다. 이번 결정은 50세 이상 성인 4만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 3상에서 mRNA-1010이 기존 승인된 백신 대비 27% 높은 효과를 입증했음에도 불구하고 내려진 조치다. FDA는 임상 설계 과정에서 대조군에게 고용량 백신이 아닌 표준 용량 백신을 투여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모더나 측은 2024년 당시 FDA로부터 해당 임상 설계를 승인받았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정권 교체와 백신 회의론자로 알려진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Robert F. Kennedy Jr.)의 보건복지부 장관 임명 이후 규제 기조가 급격히 변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를 두고 이전 행정부와 현 행정부 사이의 극명한 규제 격차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한다. 리링크 파트너스(Leerink Partners)의 분석가 마니 포로하(Mani Foroohar)는 이를 두고 기업들이 기존 피드백에 근거해 개발해 온 약물과 임상이 갑자기 바뀐 기준에 직면하게 된 상황이라며 "마치 미끼 상술(Bait and switch)처럼 느껴진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FDA 산하 생물학적제제 평가연구센터(CBER)의 책임자인 비나이 프라사드(Vinay Prasad)는 내부 검토관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이번 RTF 결정을 강행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역시 전문가 가이드라인과 상충하는 백신 권고안 개정 과정에서 배제되는 등 규제 시스템 전반의 혼선이 가중되고 있다.
이러한 불확실성은 기업들의 투자 전략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모더나의 최고경영자 스테판 방셀(Stephane Bancel)은 "미국 시장에 대한 접근성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투자 자본 수익률을 기대할 수 없다"며, 향후 감염병 백신 분야의 신규 임상 3상 투자를 중단하고 항암제 포트폴리오에 집중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mRNA 의약품 연합(Alliance for mRNA Medicines) 또한 이번 결정이 전례 없는 일이며 공중보건에 대한 위협이라고 경고했다. 투명하고 증거에 기반한 절차를 우회하는 급격한 정책 변화가 백신 개발 체계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필수 백신의 적기 개발을 저해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백신 시장의 침체는 모더나만의 문제가 아니다. 사노피(Sanofi), 지에스케이(GSK), 화이자(Pfizer), 머크(Merck) 등 주요 백신 제조사들 역시 미국 내 매출 하락을 겪고 있다. 사노피의 RSV 백신 베이포투스(Beyfortus)는 유럽과 기타 지역에서 매출이 급증한 반면 미국에서는 28% 감소했으며, 지에스케이의 대상포진 백신 싱그릭스(Shingrix) 또한 미국 내 매출이 20%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대형 제약사들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업을 운영하기 때문에 즉각적인 철수는 하지 않겠으나, 규제 불확실성이 지속될수록 보수적인 투자 성향이 강해지고 개발 비용과 리스크 계산법이 근본적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