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처가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의 전 과정을 하나로 묶는 통합 지원 체계를 강화한다. 이번 개편의 핵심은 희귀의약품 지정 문턱을 대폭 낮추고, 연구 초기 단계부터 최종 허가까지 규제 기관이 직접 개입하여 제품화 속도를 높이는 데 있다. 강주혜 식약처 의약품심사부장은 지난 24일 기자간담회에서 희귀의약품 지정부터 규제 정합성 검토, 신속심사(GIFT)에 이르는 부서 간 협업 체계를 강조하며 환자 접근성을 최우선 가치로 내세웠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희귀의약품 지정 방식의 간소화다. 지난 2월부터 시행된 고시 개정에 따라, 질병관리청이 희귀질환관리법에 의거해 확정한 질환의 치료제라면 기존 약물과의 비교 우위를 입증하지 않고도 희귀의약품 지정을 신청할 수 있게 됐다. 이는 개발 초기 단계에 있는 기업들의 임상적 입증 부담을 줄여 치료제 개발 시장으로의 진입을 촉진하려는 조치다. 김춘래 의약품정책과장은 지정 단계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 기업의 부담을 실질적으로 경감하는 것이 이번 정책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개발 인센티브와 시장 순환의 균형을 맞추려는 시도도 포착된다. 식약처는 희귀의약품에 부여되는 최대 10년의 자료보호 기간은 유지하되, 보호 기간 종료 후에는 지정을 해지하는 제도를 검토 중이다. 이는 초기 투자 비용 회수를 위한 독점적 지위는 보장하되, 일정 시간이 지난 뒤에는 후발 주자의 진입을 허용해 시장의 선순환을 유도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민관협의체를 통한 구체적인 제도 마련이 진행될 예정이다.
심사 과정에서의 유연성도 확대된다. 신속심사(GIFT) 제도를 통해 현재까지 62개 성분이 지정되고 50개 품목이 허가되었으며, 이 중 상당수가 희귀의약품이다. 박재현 신속심사과장은 개발 단계부터 환자의 목소리를 반영해 임상적 개선 효과를 심사에 충실히 반영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특히 종양 및 항암제 분야에서는 탐색 임상 자료를 기반으로 한 조건부 허가나 1상과 2상을 통합한 임상 설계 등 유연성을 적극 활용해 허가 시점을 앞당길 계획이다.
이러한 식약처의 움직임은 보건복지부가 추진하는 한국형 ARPA-H 프로젝트와도 긴밀히 연계된다. 치명적인 소아 희귀 질환 및 유전성 암 치료제 개발을 목표로 하는 해당 프로젝트는 연구 설계 단계부터 식약처의 규제 정합성 검토를 거친다. 임현진 규제과학정책추진단장은 국가 R&D 성과가 IND와 허가 단계에서 좌초되지 않도록 개발 초기부터 법적 지위와 요구 자료 수준을 상담하는 등 전방위적 지원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