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처가 사회적 오남용 우려가 급증한 GLP-1 계열 비만치료제에 대한 관리 체계를 대폭 강화한다. 위고비(Wegovy) 등 해당 약물의 사용량이 폭증하고 온라인 불법 유통 사례가 잇따르자, 이를 오남용 우려 의약품으로 지정하여 규제 사각지대를 해소하겠다는 방침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관리과는 최근 중앙약사심의위원회를 개최하고 GLP-1 계열 비만치료제의 오남용 우려 의약품 지정 타당성을 검토했다. 회의 결과 참석 위원 전원이 지정 필요성에 동의하며 사실상 만장일치로 안건이 통과됐다. 지정 대상은 세마글루티드(Semaglutide), 리라글루티드(Liraglutide), 터제파타이드(Tirzepatide) 성분의 비만 치료용 제제다. 이에 따라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의 삭센다(Saxenda)와 위고비, 일라이 릴리(Eli Lilly)의 마운자로(Mounjaro)가 규제 대상에 포함될 전망이다.
오남용 우려 의약품으로 지정되면 유통 및 판매 현장에서 두 가지 핵심적인 변화가 발생한다. 첫째, 의약분업 예외지역 약국에서도 의사의 처방전이 있어야만 해당 의약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기준이 강화된다. 기존에는 일정 범위 내에서 처방전 없이 판매가 가능했으나, 앞으로는 일반 지역과 동일한 처방 체계를 적용받게 된다. 둘째, 해당 의약품을 생산하는 제약사는 제품 용기, 포장, 첨부문서에 '오남용 우려 의약품'이라는 문구를 의무적으로 표시해야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번 조치의 핵심 근거로 국내의 독특한 비만 인식 구조와 부적절한 사용 패턴을 꼽았다. 한국은 OECD 평균 대비 실제 비만율은 낮지만, 스스로를 비만으로 인식하는 비율은 50%를 넘어서는 등 인식 격차가 크다. 이러한 격차가 치료제의 과도한 수요를 자극하고 있으며, 특히 소아나 임부 등 안전성이 확립되지 않은 취약군에서의 사용 시도와 온라인 불법 광고 적발 사례가 지속적으로 확인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문은희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관리과장은 "제품에 경고 문구를 표시하는 조치는 의료진과 환자 모두에게 강한 환기 효과를 줄 수 있다"며 "필요한 환자에게 필요한 만큼만 사용하도록 유도하여 처방 단계에서부터 과도한 사용을 줄이는 것이 정책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향후 규제개혁위원회 심사와 고시 개정 절차를 거쳐 이르면 2~3개월 내에 지정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다만 이번 지정이 DUR(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 시스템을 통한 처방 자체를 제한하는 것은 아니며, 기존 처방 체계는 유지하되 온라인 모니터링과 의료계 협조 요청을 병행하여 관리 효율성을 높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