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 회사 홈페이지
국내 바이오의약품 수출이 분기 기준 역대 최고 실적을 갈아치우며 가파른 성장세를 증명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발표한 2026년 1분기 바이오의약품 수출액은 잠정 20억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1.1% 증가한 수치로, 같은 기간 전체 의약품 수출액인 28억 달러 중 71%를 점유하며 의약품 수출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자리매김했다.
수출 추이를 살펴보면 2024년 1분기 15억 달러에서 2025년 18억 달러로 20% 성장한 데 이어, 올해 다시 20억 달러를 넘어서며 견고한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월별로도 1월 6.6억 달러, 2월 6.9억 달러, 3월 6.5억 달러를 기록하는 등 분기 내내 기복 없는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이러한 성과는 글로벌 시장 내 점유율 확대와 위탁개발생산(CDMO) 분야의 경쟁력 강화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이번 실적을 단순한 수출 증가로만 읽어서는 안 된다는 시각도 있다. 수출 품목 구조를 들여다보면, 항체의약품과 바이오시밀러를 중심으로 한 고부가가치 품목의 비중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업계에서는 2025년부터 2029년 사이 블록버스터급 바이오의약품의 특허 만료가 가속화되면서 '바이오시밀러 슈퍼사이클'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 등 국내 기업이 주요 블록버스터 의약품의 바이오시밀러 허가를 잇따라 획득하며, 단순 수탁 생산을 넘어 자체 파이프라인 기반의 수출 구조를 갖춰가는 것이 이번 실적의 숨은 동력이다.
국가별 수출 판도에서는 스위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스위스는 전년 대비 수출액이 70% 이상 급증한 3.4억 달러를 기록하며 기존 4위에서 1위로 올라섰다. 이어 미국(3.3억 달러), 헝가리(3.0억 달러), 독일, 네덜란드 순으로 상위 5개국이 전체 수출의 68.4%를 점유했다.
스위스가 수출 1위로 급부상한 배경에는 로슈, 노바티스 등 글로벌 빅파마의 생산 거점이 집중된 지리적 특성이 자리한다. 스위스에 생산기지를 둔 다국적 제약사들이 바이오의약품 생산량 확대를 위한 원료의약품·중간체 수입을 늘리는 추세이며, 특히 항암제·면역질환 치료제 제조용 고기능성 원료의약품 수입이 두드러지는 확장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CDMO 기업들이 이들 글로벌 제약사와의 수탁생산 계약을 확대한 결과가 스위스발 수출 급증으로 이어진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유럽 시장은 글로벌 제약사와의 협력 확대와 바이오시밀러에 우호적인 환경 덕분에 비중이 대폭 늘어난 반면, 미국 수출은 전년 대비 12.6% 감소하며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미국 수출 감소는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 기조와 약가 협상 압박 등 대외 불확실성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미국 내 생산 거점 확보를 통한 보호무역 장벽 우회, ADC 등 고수익 모달리티 선점을 통한 포트폴리오 고도화로 대응해야 한다고 제언하고 있다.
정부의 제도적 뒷받침도 수출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해 12월 제정된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 기업 등의 규제지원 특별법을 통해 수출용 CDMO 기업이 제조업 허가 없이도 해외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행정적 기반을 마련했다. 또한 사전 GMP 평가 제출 자료를 기존 11종에서 4종으로 간소화하고 원료물질 제조소 인증 시범사업을 추진하는 등 규제 혁신을 통해 기업들의 글로벌 시장 진입 장벽을 낮추는 데 주력하고 있다.
글로벌 CDMO 시장 역시 삼성바이오로직스, SK바이오사이언스, 롯데바이오로직스 등 대형 플레이어의 설비 확장과 함께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과거 단순 위탁생산(CMO)에서 개발까지 포함한 CDMO로의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수출 구조의 고도화와 규제 혁신이 맞물린 지금이야말로, 국내 바이오의약품 산업이 '생산 대국'을 넘어 '혁신 주도국'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할 적기라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