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의 머크(Merck KGaA)가 다발성 경화증 치료제 마벤클라드(Mavenclad)의 미국 내 특허 분쟁에서 패소하며 2026년 실적 전망에 비상이 걸렸다. 머크는 최근 발표한 실적 보고서를 통해 2026년 3월부터 미국 내 마벤클라드 매출이 발생하지 않을 것을 가정한 보수적인 가이던스를 제시했다. 이는 미국 연방항소법원이 머크의 마벤클라드 용법 특허 2건에 대해 무효 판결을 내린 원심을 확정한 데 따른 결과다.
마벤클라드는 2025년 전 세계적으로 12억 유로(약 14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하며 머크의 성장을 견인해 온 블록버스터 약물이다. 특히 북미 시장에서만 6억 3,500만 유로의 실적을 올리며 전체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해 왔다. 그러나 특허 보호막이 사라지면서 아포텍스(Apotex)를 필두로 한 제네릭 의약품의 공세가 본격화되고 있다. 머크의 헬스케어 사업부 CEO인 대니 바 조하르(Danny Bar-Zohar)는 이미 아포텍스가 미국에서 제네릭을 출시했으며 지난해 12월부터 매출 압박이 시작됐다고 밝혔다.
머크는 마벤클라드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난임 치료제 퍼고베리스(Pergoveris)의 미국 출시를 서두르고 있으나 이 역시 실적 전망에는 반영하지 않았다. 퍼고베리스는 재조합 인간 난포자극호르몬(r-hFSH)과 황체형성호르몬(r-hLH) 복합제로 해외에서는 이미 널리 사용되고 있다. 머크는 FDA 국장 국가 우선순위 검토 바우처(CNPV)를 활용해 올해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승인 여부가 불확실하다는 판단 하에 2026년 가이던스에서 제외했다.
카이 베크만(Kai Beckmann) 머크 집행위원회 부의장은 "마벤클라드 제네릭의 진입 시점이나 시장 행태를 추측하기보다 보수적인 접근 방식을 택하기로 했다"며 시장의 불확실성에 대응하는 전략적 입장을 견지했다. 머크는 2026년 연간 매출액을 200억 유로에서 210억 유로 사이로 예상하며 전년 대비 -1%에서 2% 수준의 낮은 성장률을 예고했다.
한편 머크는 미국 내 생산 및 연구개발(R&D) 투자를 조건으로 미국 정부와 수입 관세 면제 합의를 도출했다. 또한 백악관과 난임 치료제 가격 책정 관련 협약을 맺는 등 미국 시장 내 입지를 공고히 하기 위한 전략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주력 제품의 특허 만료와 신약 승인 지연이라는 이중고를 극복하는 것이 향후 머크의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