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머크(Merck)가 면역항암제 키트루다(Keytruda)의 특허 만료(LOE)를 앞두고 대대적인 포트폴리오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로버트 데이비스(Robert Davis) 최고경영자는 현재 머크가 수년 내 가장 광범위한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하며, 2030년대 중반까지 신규 성장 동력을 통해 연간 700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달성하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했다. 이는 키트루다의 정점 매출 예상치인 350억 달러의 두 배를 넘어서는 규모다.
2025년 머크의 총 매출은 전년 대비 1% 성장한 650억 달러를 기록했다. 핵심 품목인 키트루다는 초기 단계 암 및 전이성 적응증에서의 강력한 수요에 힘입어 317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으나, 2028년부터 시작될 주요 화합물 특허 만료와 바이오시밀러의 공세는 실적 유지의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머크는 2029년 말까지 연장되는 두 건의 특허권을 방어하는 데 자신감을 보이면서도, 특허 만료 시점과 무관하게 신규 자산 확보를 통한 성장 전략을 지속할 방침이다.
백신 부문에서는 희비가 엇갈렸다. HPV 백신 가다실(Gardasil)은 중국 시장 내 수요 급감과 일본에서의 판매 저조로 인해 전년 대비 39% 감소한 52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하며 부진했다. 특히 4분기 중국 내 가다실 매출은 전무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2024년 승인된 폐렴구균 백신 캡백시브(Capvaxive)는 미국 시장 안착에 성공하며 7억 5,9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고, 희귀질환 치료제 윈레베어(Winrevair)는 출시 2년 만에 연 매출 14억 달러를 돌파하며 시장의 표준 치료를 재편하고 있다.
머크의 미래 전략 핵심은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적극적인 인수합병이다. 최근 시다라 테라퓨틱스(Cidara Therapeutics)와 베로나 파마(Verona Pharma)를 인수하며 독감 항바이러스제와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치료제 Ohtuvayre를 파이프라인에 추가했다. 데이비스 CEO는 150억 달러 규모의 중대형 거래가 회사의 핵심 공략 지점이나, 과학적 타당성이 충분하다면 그 이상의 대규모 딜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시장에서 제기된 레볼루션 메디슨(Revolution Medicines) 인수설 등 추가적인 M&A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회사는 향후 성장 동력으로 지목된 20개 이상의 자산 대부분이 블록버스터급 잠재력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종양학 분야에서 250억 달러, 심장대사 영역에서 200억 달러, 감염병 분야에서 150억 달러의 매출 기회가 존재한다는 분석이다. 다만 2026년 매출 가이던스는 자누비아(Januvia)의 제네릭 경쟁 및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약가 인하, 코로나19 치료제 라게브리오(Lagevrio)의 수요 둔화 영향으로 시장 예상치를 다소 하회하는 655억 달러에서 670억 달러 수준으로 전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