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라이 릴리(Eli Lilly)가 미국 보스턴 소재 바이오텍 아시디안 테라퓨틱스(Ascidian Therapeutics)와 유전성 신장 질환 치료제 개발을 위한 전략적 연구 협력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의 총 규모는 선급금과 개발 및 상업화 단계별 마일스톤을 포함해 최대 19억 달러(2조 9,080억 원)에 달하며, 향후 글로벌 매출에 따른 단계별 로열티가 별도로 지급된다.
아시디안의 핵심 기술은 질병의 원인이 되는 엑손을 제거하고 이를 정상적인 엑손으로 교체하는 RNA 엑손 편집 플랫폼이다. 아시디안의 플랫폼은 외래 효소 없이 세포 자체의 스플라이싱 기작만으로 킬로베이스 규모의 돌연변이 엑손 전체를 교체한다는 점에서, 단일 염기 교정에 그치는 기존 유전자·염기 편집과 근본적으로 차별화된다. 또한 유전체 직접 수정이나 유전자 교체 방식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최소화하도록 설계되었다.
양사는 아시디안의 RNA 엑손 편집 엔진과 일라이 릴리의 유전 의학 및 신장 질환 분야 전문성을 결합할 계획이다. 계약 조건에 따라 아시디안은 초기 발견 및 일부 전임상 활동을 주도하며, 일라이 릴리는 이후 전임상 연구와 임상 개발, 제조 및 상업화를 전담하기로 했다. 특히 이번 협력은 단일 AAV 벡터에 담기 어려운 거대 유전자나 돌연변이 변동성이 큰 유전자, 좁은 치료 지수를 가진 유전 질환 등을 공략하는 데 중점을 둔다.
아시디안의 최고재무책임자(CFO)이자 최고비즈니스책임자(CBO)인 댄 로산은 "거의 모든 유전자를 편집할 수 있지만 그것이 반드시 그래야 함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우리는 기술을 모든 곳에 적용하기보다 진정으로 차별화된 임상적 프로필을 생성할 수 있는 영역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신장 재단에 따르면 현재 미국 내 약 3,550만 명이 신장 질환을 앓고 있으며, 이 중 상당수가 유전적 요인에 기인한다. 현재까지 신장 기능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유전 질환은 600가지 이상으로 파악되고 있어, 해당 분야의 미충족 의료 수요는 매우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한편, 릴리는 이번 아시디안 계약에 앞서 이미 RNA 편집 분야에 베팅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 5월 릴리는 국내 RNA 치료제 전문 기업 알지노믹스(Rznomics)와 최대 13억 달러(약 1조 9,890억 원) 규모의 글로벌 연구협력 및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은 알지노믹스의 트랜스-스플라이싱 리보자임(trans-splicing ribozyme) 플랫폼을 활용해 감각신경성 난청 치료제를 공동 개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신장 질환 분야에서 릴리의 독자 파이프라인은 베링거인겔하임과 공동 판매 중인 자디앙(엠파글리플로진)에 사실상 의존해온 만큼, 이번 아시디안과의 계약은 자체 신장 질환 포트폴리오의 공백을 유전자 의학으로 채우려는 시도로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