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암학회는 18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대한암학회 암연구동향보고서 2025' 발간 기념 기자간담회를 개최하며 국내 암 연구의 현재와 미래 과제를 제시했다. 이번 보고서는 2023년에 이어 두 번째로 발간된 것으로, 박도중 서울대암병원 교수가 발간위원장을 맡고 22명의 암 연구 전문가들이 공중보건연구, 기초연구, 임상연구, 응용개발(마켓) 등 4개 분야의 국내외 암 연구 동향을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우수한 의료 인프라와 연구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 5년간 임상시험 상위권 국가로 자리매김했다. 2023년에는 전 세계에서 네 번째로 많은 임상시험을 수행하며 국제적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2024년에는 글로벌 제약사 주도 의약품 임상시험 신규 등록 점유율이 3.46%로 감소하며 순위가 6위로 하락했다. 이는 2023년 4.04% 대비 하락한 수치이며, 같은 기간 13.59%에서 14.59%로 점유율이 증가한 중국과 대비된다. 김태용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여전히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으나, 주요 국가들의 점유율과 추세를 고려할 때 향후 변화 양상을 면밀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의료계는 다국적 제약사가 주도하는 혁신 신약의 조기 임상(1상) 국내 진행이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신약 허가 과정에서 1상 임상시험에 참여하지 않은 국가는 후속 2~3상 임상시험 실시 국가에서 배제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는 국내 환자의 혁신 신약 치료 접근성 측면에서 한국 연구자들의 글로벌 1상 연구 참여가 중요하게 작용하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글로벌 제약사들이 항암제 신약 1상 임상 진행 국가에서 한국을 배제하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그 원인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MFDS)의 임상시험계획 승인(IND) 절차 지연을 꼽았다.
김태용 교수는 이 문제에 대해 "현재 우리 연구자들이 임상 현장에서 뼈저리게 느끼는 문제다. 똑같은 임상시험계획을 가지고 외국과 우리나라 연구진이 규제기관에 승인 신청하지만, 유독 우리나라는 자료의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반려당하는 경우가 많다"며, "식약처의 보완 요구를 받아들이다 보면 시간이 지체되고, 우리나라는 제외되고, 비교적 빠르게 규제기관의 승인을 받는 국가들의 임상참여가 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한 연구자들의 의견이 식약처에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 점에 대한 아쉬움을 표하며, 환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근거에 기반한 임상시험 계획과 제약사들과의 소통 과정에서 연구자들의 목소리를 경청해 줄 것을 요청했다.
한편, 보고서는 한국 암 환자의 5년 상대생존율이 2000년 46.5%에서 2018년 71.7%로 비약적으로 향상되었음을 밝혔다. 위암, 대장암, 유방암의 발생대비 사망비(M/I ratio)는 세계 최저 수준을 보였다. 김태용 교수는 이러한 성과가 암 검진을 통한 조기 진단, 의료 현장의 우수한 치료 성과, 학계의 지속적인 연구, 정부 지원, 국민의 적극적인 예방 활동 참여 등 여러 노력의 결합 덕분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생존율 향상과 함께 암 유병자 규모도 커져 2022년 기준 258만8079명으로 전체 인구의 5%에 달하며, 65세 이상에서는 14.5%에 이른다. 김 교수는 암이 개인을 넘어 사회 전체의 문제이기에 단순 치료를 넘어 암생존자에 대한 체계적인 사회적∙제도적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또한 국내 전체 암 임상시험 중 연구자 주도 암 임상시험(IIT)이 차지하는 비율이 29.3%에 불과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는 글로벌 임상 순위가 비슷한 미국과 중국이 매년 40~60%의 비율을 보이는 것과 대조된다. 김 교수는 연구 생태계의 자율성과 공공 연구 지원 구조의 차이를 고려하여, 연구자 주도의 독립적 연구 환경 조성을 위한 정책적 지원 강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번 행사를 주최한 대한암학회 한상욱 회장(아주대병원 교수)은 "한국은 세계 최고의 의료 수준과 암 연구 역량을 갖추게 되었으나, 여전히 암으로 고통받는 사람이 많은 현실"이라며, "암 정복이라는 궁극적인 목표를 위해 앞으로도 우리 학회가 중심이 돼 산·학·연·관의 긴밀한 협력을 이끌어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대한암학회 라선영 이사장(연세암병원 교수)은 "대한암학회 암연구동향 보고서는 국내 연구자의 미래지향적 암 연구 방향 설정과 국가 암 관리 정책 수립에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이번 보고서가 국내 암 정복의 길잡이로서 국민 건강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