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건복지부가 올해 말 예정된 제6기 상급종합병원 지정을 앞두고 평가 기준을 대폭 강화하면서 대학병원들이 생존을 위한 총력전에 돌입했다. 이번 지정 기준의 핵심은 상급종합병원의 본질적 역할인 중증환자 진료 기능을 강화하고 필수의료 및 지역의료 공백을 해소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복지부에 따르면 상급종합병원 진입을 위한 절대평가 기준 중 입원환자 내 중증환자 비율이 기존 34%에서 38%로 상향 조정됐다. 반면 경증 환자 비율은 7% 이하에서 5% 이하로 낮춰야 한다. 이는 대형 병원들이 경증 환자보다는 난도가 높은 중증 환자 치료에 집중하도록 유도하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수도권과 지방 병원 모두 강화된 기준 충족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는 기류가 역력하다.
평가 지표에 응급의료 및 공공성 항목이 강화되면서 이른바 빅5로 불리는 수도권 대형 병원들의 움직임도 분주해졌다. 현재 권역응급의료센터를 운영 중인 서울대병원 외에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세브란스병원은 가점을 확보하기 위해 올해 11월까지 권역응급의료센터 설립을 구체화하고 있다. 정부는 현재 44개소인 권역응급의료센터를 60개소까지 확대할 방침이며, 이번 평가에서 응급의료 지표와 공공센터 분야에 높은 가점을 부여하기로 했다.
의료 현장에서는 강화된 기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지방 대학병원들은 수도권 대비 열악한 전문의 및 간호인력 수급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인 기준 적용이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특히 정형외과나 재활의학과 등 특정 진료과에서는 현행 질병코드 중심의 중증도 분류 체계가 고위험 수술이나 환자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해 병상 축소나 진료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도권 대학병원장들은 "권역응급센터 운영이나 중증 수술 등 핵심 기능보다 지표 충족에 병원 운영이 매몰되면서 필수의료 공백을 키울 수 있다"며 수술 및 처치 행위에 대한 정당한 보상 등 근본적인 수가 체계 개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진료권역 개편에 따른 경쟁 구도도 변화한다. 기존 11개 권역이 제주권과 인천권 신설, 충남권 분리 등을 통해 14개로 확대된다. 특히 대전과 천안을 포함한 충남권은 대학병원들이 밀집해 있어 가장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 지역이다. 지난 평가에서 근소한 차이로 탈락했던 순천향대천안병원을 비롯해 제주대병원, 서울시보라매병원 등이 신규 진입을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복지부는 오는 7월부터 신청을 받아 심사를 거친 뒤 12월 최종 지정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