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는 지난 31일 의협회관에서 전국의사대표자대회를 개최하고 정부의 일방적인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대한 전면적인 정책 전환을 요구했다. 전국에서 집결한 200여 명의 의료계 대표자들은 현재 추진 중인 증원 계획이 의학교육의 질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의료 서비스 전반의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 의견을 모았다.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현행 정책의 비과학성을 강하게 비판했다. 김 회장은 "지금 대한민국의 의학교육은 생존의 기로에 서 있다"며 준비되지 않은 증원이 불러올 부작용을 경고했다. 분석에 따르면 전국 의과대학의 67.5%가 이미 강의실 수용 능력을 초과한 상태이며, 의학교육평가원 기준을 충족할 기초의학 교수진 확보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러한 여건 속에서 강행되는 증원은 결국 임상 역량이 부족한 의사를 양산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교육 현장의 과부하 문제가 심각한 쟁점으로 떠올랐다. 현재 휴학 중인 24·25학번 의대생 1586명이 복귀할 경우, 2027학년도 교육 현장은 신입생과 기존 학생이 충돌하며 재난 수준의 혼란을 겪을 것으로 예측됐다. 정부가 인력 수급 추계 과정에서 선진국처럼 다각적인 변수를 장기간 검토하지 않고 단기간에 빈약한 근거로 정책을 확정한 점도 주요 비판 대상이 됐다.
의대 증원이 초래할 경제적 파급 효과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무리한 의사 수 증가는 천문학적인 건강보험 재정 부담으로 이어져 미래 세대의 보험료 폭탄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의료계는 정부가 증원의 긍정적 전망만 내놓을 것이 아니라 국민이 실질적으로 부담해야 할 비용의 실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대생 측 역시 정책의 합리성과 투명성을 요구하고 나섰다. 김동균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 대표는 무조건적인 반대가 아닌 교육 현장이 수용 가능한 범위 내에서의 합리적인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숫자에 매몰된 논의보다 교육 여건이 어떻게 구현될지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시각이다.
의료계 대표자들은 결의문을 통해 2027년 의학교육 현실을 무시한 졸속 증원을 중단하고 재정 파탄 가능성을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촉구했다. 전문가 집단의 의견을 배제한 채 정책이 강행될 경우 14만 의사 회원이 단일대오로 결집해 총력 대응에 나설 것임을 명확히 하며 정부를 압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