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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이 신약 개발에 본격적으로 착수한 지 25년이 경과하며 파이프라인 규모 면에서 세계 3위권에 진입하는 등 양적 성장을 이뤄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의 연구개발 역량은 초기 후보물질 발굴부터 전주기에 걸쳐 축적되었으며, 정부의 지원 확대와 기업의 투자가 맞물려 항암 및 대사질환 등 다양한 영역으로 개발 범위가 확장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외형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연매출 10억 달러 이상의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 탄생은 여전히 요원한 상태다.
진흥원은 국산 신약이 상업적 성과를 내지 못하는 주요 원인으로 개발 이후 단계의 구조적 한계를 지목했다. 임상 성공 이후의 글로벌 허가 전략, 현지 마케팅 및 유통 역량, 적응증 확장 전략 등이 뒷받침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다국가 임상 경험의 부족과 글로벌 제약사 대비 열세인 자본력, 현지 네트워크 부재 등이 상업화 과정의 병목 현상을 야기하고 있다. 기술수출을 통해 일정 성과를 거둔 사례는 존재하나, 자체적인 판매망을 통해 대규모 매출을 창출한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파이프라인이 특정 적응증에 편중되어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혔다. 초기 시장 진입에는 성공하더라도 이후 병용요법 개발이나 적응증 확대를 통한 매출 극대화 전략이 이어지지 않아 장기적인 성장 동력을 확보하지 못하는 구조다. 이에 따라 진흥원은 기업들이 초기 단계부터 글로벌 시장을 전제로 한 임상 설계와 상업화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일 후보물질 중심에서 벗어나 후속 파이프라인과의 연계를 고려한 장기적인 포트폴리오 전략이 필수적이라는 진단이다.
정부의 역할 역시 단순한 연구개발 자금 지원에서 진화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글로벌 임상과 허가, 현지 진출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지원 체계가 필요하며, 다국가 임상 인프라 지원과 글로벌 규제 대응 컨설팅, 해외 파트너링 지원 등이 핵심 과제로 제시되었다. 진흥원은 "일부 품목이 해외 기술수출을 통해 시장에 진입했으나 적응증 확대나 매출 성장으로 이어진 사례는 많지 않았다"며 파이프라인 수 대비 낮은 글로벌 매출 규모를 극복하기 위한 기업과 정부의 전략적 전환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