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파마뉴스 | 남호준 기자]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급여화 논의가 공식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의료계와 시민단체의 반발이 본격화되고 있다. 정부는 청년층 삶의 질 개선을 명분으로 공론화 절차에 착수했지만, 생명과 직결된 중증·희귀질환 환자들이 여전히 급여 문턱을 넘지 못하는 현실을 외면한 처사라는 비판이 거세다.
행정안전부는 오는 7월 4일 국민참여 숙의 토론회 '모두의 토론회' 첫 주제로 탈모 치료제 급여화를 선정했다. 국민 200명이 참여하는 하루 종일 토론 방식으로 진행되며, 수렴된 의견은 보건복지부 정책 검토의 참고 자료로 활용된다. 보건복지부 정은경 장관은 "청년층의 탈모가 건강과 일상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공론화 배경을 설명했다. MBC 보도에 따르면 정부는 탈모에 민감한 20~30대 청년층에 한해 건보 적용을 우선 검토하고 있다.
의료계는 즉각 반발했다. 핵심은 우선순위다. 현재 중증·희귀질환 환자들은 급여 기준의 한계로 고액의 본인 부담을 지고 있음에도, 재정 문제를 이유로 급여 확대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의학계는 1,900억원이 투입된 첩약 건강보험 시범사업을 사례로 들며 "우선순위가 낮은 분야에 재정을 쏟아붓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시민단체의 비판은 수가 문제로 이어진다. 좋은의료문화연대는 성명을 통해 건강보험공단이 제시한 2027년도 의원급 수가 인상률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에도 못 미치는 1.5% 수준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일차 의료기관에 대한 적정 보상은 재정 부족을 이유로 외면하면서 탈모 치료에 재정을 투입하는 것은 건보 재정의 본래 목적을 왜곡하는 행위라는 주장이다.
정부와 여당은 탈모를 단순 미용이 아닌 치료가 필요한 질환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탈모를 미용의 영역으로만 치부하기 어렵다"면서도 "효과 없는 약제에 연간 수천억이 처방되는 재정 누수를 줄이는 작업과 병행해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급여화 도입 여부는 올해 가을경 결정될 전망이다.
건보 재정을 둘러싼 공방은 결국 가치의 충돌이다. 청년층 삶의 질과 국민 체감 복지를 앞세우는 정부와, 생명·중증 중심의 재정 운용 원칙을 고수하는 의료계 사이의 간극은 공론화 이후에도 쉽게 좁혀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