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Unsplash, Pexels보건당국이 제2기 약제 급여적정성 재평가에 착수하면서 국내 제약업계가 주요 성분 제제의 급여 유지를 위한 임상 근거 확보에 돌입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3일 건정심 본회의에서 은행엽엑스, 도베실산칼슘수화물, 실리마린을 2026년도 재평가 대상 성분으로 확정했다. 이들 성분의 최근 3년 평균 청구액은 각각 816억 원, 346억 원, 219억 원으로 총 1,381억 원 규모다.
이번 2기 재평가의 핵심 변화는 평가 기준의 전환이다. 기존 재정영향·비용효과성 중심에서 벗어나 임상적 유용성을 핵심 기준으로 삼았으며, 유용성이 없는 약제는 급여 제외, 근거가 불충분한 경우 선별급여(본인부담률 50% 또는 80%)를 차등 적용할 방침이다.
은행엽엑스와 도베실산은 선행 성분의 급여 축소로 생긴 처방 공백을 채우며 시장이 급팽창한 이른바 '반사이익 약제'다. 빌베리건조엑스 급여 삭제 이후 도베실산이, 콜린알포세레이트의 경도인지장애 급여 축소 이후에는 은행엽엑스가 그 자리를 채웠다. 실리마린은 이와 달리 해외 의료기술평가(HTA) 보고서에서 치료적 이점이 불명확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임상 재검토 필요성이 선정 근거로 작용했다.
업계가 가장 주목하는 성분은 은행엽엑스다. 3년 평균 청구액은 816억 원으로, 콜린알포세레이트의 경도인지장애 급여 제한 이후 대체 처방 수요가 몰리며 시장이 크게 확대됐다. 선정 배경에는 임상 근거 논쟁이 자리한다. 보건복지부는 스위스 연방보건청(FOPH)이 상충된 연구 결과를 이유로 은행엽에 대해 의료기술평가(HTA)를 착수한 사실을 주요 선정 근거로 제시했다. 실제로 FOPH의 HTA 프로토콜은 임상적 유효성에 관한 문헌 근거가 일치하지 않음을 명시하고 있다. 은행엽 표준 추출물은 경도치매 환자의 인지기능 개선에 일부 유효성이 확인된 바 있으나, 경도인지장애(MCI) 단계에서의 질환 진행 억제 효과는 대규모 연구에서 일관된 근거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제약사들이 넘어야 할 핵심 과제다.
도베실산은 2017~2020년 평균 56억 원 수준이던 청구액이 2025년 381억 원까지 확대됐으나, 2024년을 정점으로 성장세가 둔화되던 시점에 재평가 부담까지 안게 됐다. 누적 성장분이 우선 평가 요건에 해당하며 규제 가시권에 들어온 것이다.
제약업계는 임상 근거 마련과 함께 의료 현장의 처방 대안 부재를 주요 논거로 내세울 방침이다. 다만 이 같은 사회적 필요성 논거가 임상 근거 공백을 보완할 수 있는지가 이번 2기 재평가의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