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건의료계와 제약산업계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서는 주요 정책 현안들이 11일 동시에 논의 테이블에 오른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는 수급불안정 의약품을 대상으로 한 성분명 처방 도입 법안을,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소위원회는 제네릭 약가 인하를 골자로 한 약가제도 개편안을 각각 다룰 예정이다. 같은 날 의료계와 제약업계를 둘러싼 핵심 제도들이 동시에 논의되면서 향후 보건의료 정책 방향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국회에서 논의되는 약사법 개정안은 의약품 수급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품명이 아닌 성분명으로 처방을 유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윤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보건복지부 장관이 성분명 사용을 권고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췄으며, 장종태 의원의 안은 수급 불안정 품목이 지정될 경우 의사가 처방전에 성분명을 기재하도록 의무화하는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입법 취지는 의약품 접근성 제고와 공급 혼선을 줄이기 위한 것이지만, 의료계는 처방권 침해 가능성을 이유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범의료계 국민건강보호 대책특별위원회는 같은 날 오후 국회 앞에서 궐기대회를 열고 해당 법안 논의 중단을 촉구할 계획이다.
같은 시간 제약업계의 시선은 약가제도 개선 방안을 단독 안건으로 상정한 건정심 소위원회로 향하고 있다. 이번 회의에서는 제네릭 약가 산정률을 현행 오리지널 대비 53.55%에서 40%대로 낮추는 방안과 함께 제도 시행 시기 조정 여부가 주요 논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제네릭 약가 인하 문제는 정부와 제약업계 간 가장 첨예한 갈등 사안으로 꼽힌다. 정부는 제네릭 의약품 가격 구조를 합리화한다는 취지에서 약가 인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반면, 업계는 급격한 인하가 산업 기반을 흔들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제약업계는 약가 산정률을 48%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제시하며 정부와 의견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추산에 따르면 정부안이 현실화될 경우 전체 약품비 중 제네릭이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할 때 연간 약 2조7000억원 규모의 매출 감소가 발생할 수 있다. 이는 2024년 기준 건강보험 전체 약품비 26조8000억원 가운데 제네릭 처방액 약 14조2000억원을 근거로 산출된 수치다. 반면 업계가 제시한 48% 수준이 적용될 경우 예상 감소 규모는 약 1조3000억원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추산된다.
제약업계는 약가 인하 논의에 대응하기 위해 제약바이오 관련 5개 단체가 참여하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공동 대응에 나선 상태다. 업계는 급격한 약가 인하가 기업의 연구개발 투자 축소와 신규 인력 채용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며, 정부와 산업계가 참여하는 공동 연구를 통해 제도 개편의 영향을 객관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11일 국회와 건정심에서 진행되는 논의 결과에 따라 의료계와 제약업계의 후속 대응 수위도 결정될 전망이다. 성분명 처방 도입 여부와 제네릭 약가 개편 방향이 동시에 논의되면서 보건의료 정책과 제약 산업 환경 전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