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슈(Roche)의 자회사 제넨텍(Genentech)이 두 가지 희귀 유전 질환을 대상으로 개발 중이던 항체 치료제의 임상을 중단했다. 해당 후보물질인 에무그로바트(emugrobart)는 마이오스타틴(myostatin) 억제를 통해 근육 성장을 유도하는 기전이나, 임상 시험에서 기대했던 효능을 입증하는 데 실패했다. 이번 결정은 현재 진행 중인 비만 치료 관련 임상에서 해당 약물이 근육량을 보존할 수 있을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제넨텍은 지난 3월 19일 척수성 근위축증(SMA) 및 안면견갑상완 근이차증(FSHD) 환자 단체에 각각 보낸 서한을 통해 에무그로바트의 개발 중단 사실을 공개했다. 제넨텍은 SMA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2/3상 Manatee 연구와 FSHD 환자 대상의 임상 2상 Manoeuvre 연구 데이터를 검토한 결과, 에무그로바트를 임상 3상으로 진전시키지 않기로 결정했다. 제넨텍 측은 "에무그로바트가 근육 성장 및 기능 면에서 기대했던 개선을 일관되게 제공하지 못했다"고 평가하며 임상 중단의 배경을 설명했다.
에무그로바트는 근육 성장을 억제하는 단백질인 마이오스타틴의 활성을 차단하도록 설계된 약물이다. 제넨텍은 점진적인 근육 약화를 특징으로 하는 SMA와 FSHD 환자에게서 마이오스타틴의 작용을 억제함으로써 근육량을 증가시키고자 했다. 그러나 임상 실패로 인해 이러한 기전의 유효성이 해당 희귀 질환 영역에서는 증명되지 못했다. 제넨텍은 다가오는 의료 학회에서 두 임상의 구체적인 데이터를 공유할 계획이다.
이번 임상 중단은 현재 진행 중인 비만 관련 임상 2상인 Gyminda 연구에도 부정적인 신호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해당 연구에서 에무그로바트는 일라이 릴리(Eli Lilly)의 티르제파타이드(tirzepatide)와 병용 투여되고 있다. GLP-1 수용체 작용제에 의한 체중 감량 과정에서 발생하는 근육 손실을 방지하는 것이 주요 목적이다. Gyminda 연구의 1차 평가지표는 전체 체중 변화율이지만, 제지방량 및 근육 부피의 변화 또한 주요 2차 평가지표로 설정되어 있어 에무그로바트의 근육 보존 효능이 시험대에 오른 상태다.
이외에도 제넨텍은 제2형 당뇨병 및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에무그로바트가 인슐린 민감도와 근육 구성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기 위한 소규모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GLP-1 계열 약물의 부작용으로 알려진 근육 감소를 해결하기 위해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 웨이브 라이프 사이언스(Wave Life Sciences), 로슈 등 다수의 기업이 근육 보존형 차세대 비만 치료제 개발 경쟁에 뛰어들었다. 제넨텍 대변인은 에무그로바트가 두 건의 비만 임상 시험에서 여전히 테스트 중임을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