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라이 릴리, "동면 동물"에서 비만 치료 실마리 찾는다... 파우나 바이오와 신규 타깃 도출
The Pharma2026.03.19 14:02 발행
일라이 릴리, 파우나 바이오와 협력해 동면 포유류 기전 기반 비만 타깃 선정
Convergence AI 플랫폼 활용한 450종 이상 포유류 유전체 데이터 분석 결과
타깃 식별에 따른 마일스톤 지급 및 차세대 비만 치료제 파이프라인 강화
자료: 회사 홈페이지
일라이 릴리(Eli Lilly)가 비만 치료제 분야의 차세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동면 동물의 생리적 특성을 활용한 혁신적인 접근법을 본격화한다. 일라이 릴리는 2023년 파트너십을 체결한 미국 바이오기업 파우나 바이오(Fauna Bio)와의 협력을 통해 비만 치료를 위한 신규 타깃을 도출했다고 발표했다.
이번에 선정된 타깃은 체중과 대사를 자연적으로 조절하는 동면 포유류의 기전에 기반한다. 이는 기존 비만 치료제와 차별화된 퍼스트 인 클래스(First-in-class) 접근 방식으로, 동면 동물이 겪는 극적인 체중 변화와 대사 조절 과정을 인간의 치료제 개발에 응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파우나 바이오는 자사의 Convergence AI 플랫폼을 활용해 60종 이상의 동면 동물을 포함한 총 450종 이상의 포유류 유전체 데이터를 분석하여 해당 타깃을 식별했다.
애슐리 젠더(Ashley Zehnder) 파우나 바이오 최고경영자는 "이 타깃의 지정은 대사 질환에서 진정으로 새로운 생물학적 기전을 찾아내는 우리 플랫폼의 능력을 입증한 것"이라며 "동면 동물이 보여주는 건강한 체중 순환과 같은 놀라운 대사 조절 능력을 연구함으로써 기존의 발견 방식으로는 파악하기 어려웠던 치료 타깃을 발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라이 릴리는 이번 타깃 도출에 따라 파우나 바이오에 마일스톤 금액을 지급했다. 양사는 지난 2023년 비만 치료제 개발을 위해 선급금과 지분 투자를 포함해 최대 4억 9,400만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파우나 바이오는 땅다람쥐를 비롯한 소형 포유류의 22개 조직 유형이 포함된 바이오뱅크를 구축하고, 동면 생물학을 활용해 다양한 질병의 유전자 타깃을 발굴하고 있다.
파우나 바이오의 연구 범위는 비만에 그치지 않는다. 회사의 내부 파이프라인은 심부전, 신경 보호, 망막 질환 등 다양한 영역에 걸쳐 있으며, 각 타깃은 극한 환경에 적응한 동물들의 생리적 특성에서 직접 도출된다.
13줄땅다람쥐는 6개월간 움직이지 않아도 근육을 유지하고 심장·뇌 손상을 스스로 복구하며, 코끼리바다표범은 당뇨 및 비만 관련 대사 질환에 저항성을 보인다. 가시쥐는 여러 장기 손상을 흉터 없이 치유하는 능력을 지닌다. 이처럼 파우나 바이오가 주목하는 생물학적 현상은 비만·대사 질환을 넘어 심부전, 신경퇴행성 질환, 신장 질환 등으로 이어지는 폭넓은 치료 가능성을 품고 있다.
이 같은 다종(多種) 데이터를 통합 분석하기 위해 파우나 바이오는 최근 플랫폼도 고도화했다. 새롭게 공개한 'Fauna Brain' AI 플랫폼은 292종, 24개 조직, 21개 시점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460억 개 이상의 시퀀싱 리드를 처리하며, 전사체·단백질체·후성유전체 데이터를 아우르는 방대한 분석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일라이 릴리와의 협력을 통해 비만 타깃이 도출된 것도 이 플랫폼의 성과물이다. 동면 생물학이 기초과학의 영역을 넘어 실용적 신약 개발의 핵심 원천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