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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제약사들이 10년 이상 공을 들여온 아밀로이드 베타 표적 알츠하이머 치료제의 임상적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비영리 보건 연구 기구인 코크란(Cochrane)은 최근 발표한 분석 보고서를 통해 해당 계열 약물들이 환자들에게 실질적인 임상적 혜택을 제공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발표했다. 이번 분석은 바이오젠(Biogen)과 에자이(Eisai)의 레켐비(Leqembi), 일라이 릴리(Eli Lilly)의 키순라(Kisunla)를 포함해 임상 단계에서 실패한 아두헬름(Aduhelm), 바피뉴주맙(bapineuzumab), 크레네주맙(crenezumab), 간테네루맙(gantenerumab), 솔라네주맙(solanezumab) 등 총 7종의 단일클론항체 치료제를 대상으로 수행됐다. 연구팀은 2만 명 이상의 환자가 참여한 17개의 위약 대조 임상 시험 데이터를 통합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아밀로이드 베타 표적 항체는 인지 기능 및 기능적 능력 측정에서 위약 대비 차이가 거의 없거나 미미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경도 인지 장애 또는 초기 알츠하이머 환자를 대상으로 한 18개월 시점의 인지 기능 개선 효과는 극히 적었으며, 일상생활 수행 능력에 미치는 영향 또한 미미했다. 반면 뇌 부종과 같은 심각한 부작용 위험은 유의미하게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코크란 보고서의 핵심 쟁점은 통계적 유의성과 임상적 유의성 사이의 간극이다. 코크란 수석 저자인 이탈리아 볼로냐 신경과학연구소(IRCCS)의 프란체스코 노니노(Francesco Nonino) 신경과 전문의 겸 역학자는 "초기 임상 시험들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를 보여준 것은 사실이나, 통계적 유의성과 임상적 연관성을 구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임상적 의미를 갖지 못하는 통계적 유의미성이 흔히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레켐비의 주요 임상시험(Clarity AD)에서 CDR-SB 척도 기준 위약 대비 개선 폭은 약 0.45점에 그쳤는데, 이 수치는 CDR-SB 척도에서 임상적 의의가 인정되는 최소 유의 차이(MCID) 기준인 1~2점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코크란 연구팀은 뇌 내 아밀로이드 제거 성공이 환자의 임상적 개선으로 직결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며, 향후 알츠하이머 치료제 연구는 아밀로이드 베타 외의 다른 작용 기전에 집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는 그동안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이끌어낸 아밀로이드 가설의 근간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결과다.
이에 대해 일라이 릴리 측은 즉각 반발했다. 일라이 릴리 대변인은 이번 리뷰가 본질적으로 결함이 있는 방법론에 기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일라이 릴리 측은 "이번 리뷰는 임상 시험 종점을 달성하지 못해 규제 당국의 승인을 받지 못한 분자들을 포함해 여러 아밀로이드 표적 치료제의 데이터를 하나의 계열로 묶었다"며 "실패한 분자의 데이터를 승인된 의약품과 결합하는 것은 관찰된 이익을 인위적으로 희석하며, 치료제의 진정한 가치를 반영하지 못하는 결론을 도출한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레켐비와 키순라는 각각의 위약 대조 임상 시험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인지 기능 저하 지연 효과를 입증하여 FDA로부터 정식 승인을 획득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