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 당국이 추진 중인 약가제도 개편안을 둘러싸고 정부와 제약업계의 입장 차이가 다시 한번 확인됐다. 정부는 제네릭(복제약) 중심의 산업 구조를 혁신 생태계로 전환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강조했으나, 업계는 연구개발(R&D) 투자 위축과 산업 지속 가능성 훼손을 우려하며 제도 재검토를 강력히 촉구하고 나섰다.
지난 1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된 ‘신약강국으로 도약하는 약가정책’ 토론회에서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홍정기 상무는 국내 제약시장의 구조적 취약성을 먼저 짚었다. 홍 상무는 1999년 이후 약가 인하로 누적된 재정 절감액이 약 63조 원에 달하지만, 제약산업은 여전히 예측 불가능한 정책 환경에 놓여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상장 제약사의 평균 영업이익률이 4.8%에 불과한 상황에서 추가적인 약가 인하는 R&D 투자와 생산 설비, 고용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약가 인하가 산업과 보건에 미치는 영향을 사전에 평가하고, 충분한 유예기간 부여와 함께 정부-산업계 간 상설 거버넌스를 구축할 것을 제안했다.
한미약품 김상종 상무이사 역시 약가제도 개편의 정책 목표와 실제 수단 간의 괴리를 날카롭게 지적했다. 김 상무는 국내 제약기업의 R&D 및 생산 인프라 투자 재원이 여전히 기존 의약품의 매출에서 발생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연구개발 기여도를 배제한 일괄적 약가 인하는 투자 규모가 큰 기업일수록 손실이 확대되는 역진적 구조를 초래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한미약품이 지난 10년간 연구·생산 설비에 약 3조 원을 투자하고 3,500명 이상의 고용을 유지해온 사례를 들며, 이러한 투자는 예측 가능한 약가 체계 없이는 지속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또한 가산 기간 연장 등 우대 조치가 실질적인 보상으로 이어지려면 임상 수행 노력과 품질관리 인프라 등 다차원적인 기여도를 정밀하게 반영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이번 개편이 제네릭 중심의 구조를 혁신 중심 생태계로 바꾸기 위한 결단임을 분명히 했다. 임강섭 제약바이오산업과장은 혁신형 제약기업이 전체 R&D의 40%를 담당하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일부 기업이 여전히 매출의 절반 이상을 제네릭에 의존하는 현실은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복지부는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 제도를 개편해 산업 생태계 변화를 견인할 장치를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김연숙 보험약제과장 또한 이번 개편의 1차 목표가 약재비 절감이 아닌 환자 치료 접근성 제고와 필수의약품 공급 안정에 있다고 선을 그었다. 김 과장은 2012년 이후 장기간 높은 약가를 유지해 온 품목을 조정해 확보한 재정을 신약과 필수의약품에 재투자할 것이며, 업계가 우려하는 매출 감소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지금이 산업 체질 개선을 위한 골든타임임을 강조하며, 약가 개편이 혁신 투자와 효율화를 촉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이번 토론회는 혁신 생태계 조성이라는 지향점은 같지만, 그 방법론과 속도에서 양측의 확연한 온도 차를 보여주었다. 업계는 이미 축적된 R&D 역량이 실제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기업이 체감할 수 있는 우대 구조와 시행 시기에 대한 유연한 협의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어, 향후 정부의 세부적인 제도 보완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