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이비엘바이오(ABL Bio)의 글로벌 파트너사인 미국 보스턴 기반의 바이오 기업 컴퍼스 테라퓨틱스(Compass Therapeutics)가 개발 중인 이중항체 신약 후보물질 토베시미그(tovecimig)가 임상 2/3상 시험에서 주요 평가지표인 전체생존기간(OS) 달성에 실패했다. 이번 결과가 공개된 직후 회사의 주가는 64% 급락하며 시장의 부정적인 평가를 반영했다.
컴퍼스 테라퓨틱스는 절제 불가능한 진행성, 전이성 또는 재발성 담도암 환자 168명을 대상으로 DLL4×VEGF-A 이중항체인 토베시미그와 화학요법 병용 투여의 효능을 평가했다. 토베시미그는 에이비엘바이오가 원천 개발한 ABL001을 컴퍼스 테라퓨틱스가 글로벌 권리를 도입한 물질로, 회사는 이미 1년 전 해당 임상(COMPANION-002)의 1차 평가지표인 객관적 반응률(ORR)에서 병용 투여군이 17.1%를 기록해 화학요법 단독 투여군(5.3%) 대비 우월성을 입증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공개된 두 개의 2차 평가지표 데이터는 엇갈린 결과를 나타냈다. 무진행생존기간(PFS) 중앙값의 경우 토베시미그 병용 투여군이 4.7개월을 기록해 대조군의 2.6개월 대비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개선을 보였으며(HR=0.44, p<0.0001), 이는 질병 진행 위험을 56% 감소시킨 수치다. 반면 최종적인 치료 효능을 입증하는 핵심 지표인 OS 중앙값은 토베시미그 투여군이 8.9개월로 집계되어, 화학요법 단독군인 9.4개월보다 낮게 측정되는 결과가 도출됐다.
컴퍼스 테라퓨틱스 측은 이러한 OS 역전 현상의 원인으로 대조군 환자들의 높은 교차 투여(Crossover)를 지목했다. 대조군 환자 57명 중 31명이 임상 진행 과정에서 토베시미그 투여군으로 전환됨에 따라 OS 분석이 교란됐으며, 교차 투여 환자의 OS 중앙값은 12.8개월로 교차 투여를 받지 않은 환자의 6.1개월 대비 약 두 배 이상 길었다(HR=0.54, p=0.04). 회사는 이를 보정하기 위해 RPSFT 분석법을 적용했으나, 분석에 필요한 특정 전제 조건들이 충족되지 않아 결과 해석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번 OS 실패를 단순히 신약의 효능 부재로 해석하기 어려운 배경에는 종양학 임상의 구조적 딜레마가 자리하고 있다. 교차 투여는 대조군 환자에게도 유망한 신약을 투여받을 기회를 부여한다는 윤리적 취지에서 도입된 설계지만, 역설적으로 OS의 통계적 해석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FDA 승인 임상 데이터를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교차 투여를 허용한 임상 중 OS에서 통계적 유의성을 달성한 비율은 25%에 불과한 반면, 비교차 투여 임상에서는 70%에 달해 구조적 차이가 확인된다.
그러나 규제 환경은 이 같은 설계 한계에 점점 더 엄격해지고 있다. FDA는 2025년 8월 발표한 초안 가이던스에서 교차 투여 설계를 가급적 제한하고 OS를 효능 및 안전성 모두의 측면에서 우선 평가지표로 활용할 것을 권고한 바 있어, 교차 투여를 근거로 한 OS 미달의 해명이 규제 당국에 설득력을 가질지는 불투명하다.
토마스 슈츠(Thomas Schuetz) 컴퍼스 테라퓨틱스 최고경영자는 "질병 진행 위험을 56% 감소시킨 결과는 유전자 변이가 없는 담도암 환자군에서 전례 없는 수치"라며 "교차 투여 환자를 포함한 전체 환자의 OS 중앙값인 8.9개월은 기존 화학요법 벤치마크인 약 6개월보다 실질적으로 길다"고 강조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OS 달성 실패가 향후 규제 기관의 허가 심사에서 중대한 쟁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윌리엄 블레어(William Blair) 분석가들은 OS 미달이 데이터의 허가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컴퍼스 테라퓨틱스는 2026년 중반 FDA와 사전 미팅을 진행하고 품목 허가 신청(BLA) 절차를 추진할 계획이지만, 투자자들의 우려가 이어지며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64% 하락한 1.7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원천 기술 보유사인 에이비엘바이오에 대한 시장의 시선은 비교적 차분하다. DS투자증권 제약/바이오 애널리스트 김민정에 따르면, ABL001이 겨냥한 담도암은 환자 수가 제한적인 희귀 적응증인 데다 치료 기간의 지표인 PFS 중앙값도 4.7개월에 그쳐 상업적 기대치가 높지 않았던 까닭이다. 에이비엘바이오의 기업 가치 핵심은 이미 다른 곳을 향하고 있다. 혈뇌장벽(BBB) 투과 플랫폼인 Grabody-B 기반의 ABL301과, 인체 임상에서 개념 증명(PoC)이 확인된 Grabody-T 기반의 ABL111이 그 주축으로, 올해 하반기 ABL111의 임상 1b상 최종 결과 도출 후 허가용 임상 진입이 예정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