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파마뉴스 | 서윤열 의약 전문 기자] 혈액암을 중심으로 발전해 온 키메라항원수용체 T세포(CAR-T) 치료제가 처음으로 고형암의 벽을 넘어섰다. 미국이 아닌 중국에서 세계 최초의 고형암 CAR-T 치료제가 탄생했다.
중국 CAR-T 전문기업 카스젠(CARsgen Therapeutics Holdings Limited)은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이 자사의 Claudin18.2 표적 CAR-T 치료제 사트리캅타진 오토류셀(satricabtagene autoleucel, 이하 사트리셀)의 신약허가신청을 승인했다고 22일 밝혔다.
승인 적응증은 이전에 두 가지 이상의 치료를 받은 Claudin18.2 양성·HER2 음성 진행성 위암 또는 위식도접합부 선암이다. 이에 따라 사트리셀은 전 세계 최초로 고형암 치료 적응증을 확보한 CAR-T 치료제가 됐다.
현재 상용화된 CAR-T 치료제는 주로 백혈병, 림프종, 다발골수종 등 혈액암을 대상으로 개발돼 왔다. 혈액암은 표적 항원이 비교적 명확하고 CAR-T 세포가 종양세포에 접근하기 쉬운 반면, 고형암은 종양 내부 침투가 어렵고 면역억제적 종양미세환경이 형성돼 있어 CAR-T 개발의 대표적인 난제로 꼽혀왔다.
이번 승인은 중국이 미국 식품의약국(FDA)보다 먼저 고형암 CAR-T 치료제를 상용화했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현재까지 FDA가 승인한 CAR-T 치료제 가운데 고형암 적응증을 확보한 제품은 없다.
위암 표적 Claudin18.2 공략
사트리셀은 환자 본인의 T세포를 채취한 뒤 암세포 표면에 발현된 Claudin18.2를 인식하도록 유전적으로 조작해 다시 투여하는 자가 CAR-T 치료제다.
Claudin18.2는 정상 조직에서는 주로 위 점막 상피세포에 제한적으로 발현되지만 위암과 췌장암 등 일부 고형암에서는 높은 수준으로 발현되는 단백질이다. 정상 조직 노출이 제한적이면서 암세포 선택성이 높아 차세대 항암 표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사트리셀의 CAR 구조에는 인간화 Claudin18.2 특이 항체 조각과 CD8α 힌지, CD28 막관통·세포내 신호전달 영역, CD3ζ 신호전달 영역 등이 포함됐다.
카스젠은 고형암 종양미세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기존 사이클로포스파미드·플루다라빈 기반 림프구 제거요법에 저용량 알부민 결합 파클리탁셀을 추가한 전처치 요법도 개발했다. 이를 통해 CAR-T 세포의 종양 침투를 높이고 항암 효과를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질병 진행·사망 위험 63% 감소
이번 승인은 중국에서 진행된 무작위배정·공개형 임상 2상 CT041-ST-01 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이뤄졌다. 해당 연구는 고형암 CAR-T 치료제로 수행된 세계 최초의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으로 알려져 있다.
임상에는 이전에 두 가지 이상의 치료를 받은 Claudin18.2 양성 진행성 위암 및 위식도접합부암 환자가 참여했다. 연구진은 사트리셀 투여군과 의사가 선택한 기존 치료군을 비교 평가했다.
독립평가위원회 분석 결과 사트리셀 투여군의 무진행생존기간(PFS) 중앙값은 3.25개월로 기존 치료군의 1.77개월보다 길었다.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은 기존 치료 대비 6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생존기간(OS) 중앙값은 사트리셀군이 7.92개월, 기존 치료군이 5.49개월이었다. 객관적반응률(ORR)은 각각 22%와 4%, 질병통제율(DCR)은 63%와 25%로 확인됐다. 연구 결과는 2025년 국제학술지 《란셋(The Lancet)》에 게재됐다.
다만 CAR-T 치료제 특유의 혈액학적 이상반응은 관찰됐다. 임상에서 3등급 이상 치료 관련 이상반응은 사트리셀 투여 환자의 99%에서 발생했으며, 주요 이상반응은 림프구 감소증, 백혈구 감소증, 호중구 감소증 등이었다.
사이토카인방출증후군(CRS)은 사트리셀 투여 환자의 95%에서 발생했지만 연구진은 전반적인 안전성이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췌장암·담도암으로 적응증 확대 추진
카스젠은 이번 승인을 계기로 사트리셀을 보다 이른 치료 단계와 다른 Claudin18.2 양성 고형암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중국에서는 췌장암 수술 후 보조요법 임상 1상을 비롯해 절제된 위암·위식도접합부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공고요법, 진행성 위암 1차 치료 이후 순차요법 연구 등이 진행 중이다. 회사는 향후 췌장암과 담도암 등으로 적응증 확대를 추진할 예정이다.
카스젠의 리종하이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사트리셀 승인은 CAR-T 치료제가 혈액암에서 고형암으로 확장됐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이정표”라며 “중국 내 임상 적용과 시장 접근성을 확대하고 향후 더 많은 국가와 지역으로 공급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카스젠은 중국 상하이에 본사를 둔 세포치료제 전문기업으로 혈액암, 고형암, 자가면역질환을 대상으로 CAR-T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표적 발굴부터 전임상 연구, 임상 개발, 상업 생산까지 자체 수행 가능한 연구개발·생산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