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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엘(Bayer)의 무기질코르티코이드 수용체 길항제 케렌디아(Kerendia, 성분명 피네레논)가 비당뇨성 만성신장질환(CKD)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3상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하며 적응증 확대를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 이번 결과는 주력 제품의 특허 만료와 제네릭 공세로 위기를 맞은 바이엘의 제약 사업 부문에 중대한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바이엘은 성인 비당뇨성 만성신장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후기 임상 연구인 FIND-CKD 연구에서 케렌디아가 1차 평가지표를 충족했다고 발표했다. 임상 결과 케렌디아 투여군은 표준 치료와 병용했을 때 위약군 대비 추정 사구체 여과율(eGFR)의 저하 속도를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고 임상적으로 가치 있는 수준으로 늦춘 것으로 나타났다. eGFR은 신장 기능의 상태를 나타내는 지표로, 신부전 위험을 예측하는 대리 지표로 널리 활용된다.
케렌디아는 성분명 피네레논(finerenone) 기반의 비스테로이드성, 선택적 무기질코르티코이드 수용체(MR) 길항제로, 알도스테론·코르티솔에 의해 활성화되는 MR 과활성을 억제해 신장과 심혈관 조직의 염증 및 섬유화를 줄이는 기전의 치료제다. 현재 미국에서는 제2형 당뇨병을 동반한 만성신장질환 환자에서 신기능 저하 및 심혈관계 사건 위험 감소 적응증으로 허가돼 있으며, 2025년에는 좌심실 박출률 40% 이상 심부전 환자 적응증도 추가됐다. 즉 케렌디아는 단순 혈압강하제가 아니라, 신장·심혈관 축을 동시에 겨냥하는 바이엘의 핵심 심혈관-신장 포트폴리오 자산으로 평가된다.
바이엘에 따르면 전 세계 약 8억 5,000만 명의 만성신장질환 환자 중 절반 이상이 비당뇨성 환자로 분류된다. 이들은 주로 고혈압이나 사구체신염 등으로 인해 질환을 앓게 되며, 일반인보다 치명적인 심혈관계 사건 발생 위험이 약 2.6배 높은 고위험군이다. 따라서 이번 임상 성공은 케렌디아의 잠재적 처방 대상을 비당뇨성 환자군까지 대폭 확장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이번 임상 성과가 더 주목받는 이유는 바이엘 제약 부문이 최근 주요 매출원의 특허 만료와 제네릭 경쟁 심화라는 구조적 압박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바이엘 2025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자렐토(Xarelto)의 독점권 상실 관련 매출 감소를 공식적으로 언급했으며, 실제로 2025년 실적에서도 자렐토는 유럽과 일본을 중심으로 제네릭 압박에 따라 매출이 크게 둔화됐다. 같은 기간 안과 블록버스터 아일리아(Eylea) 역시 제네릭 및 가격 경쟁 영향으로 매출이 감소했다. 반면 누베카(Nubeqa)와 케렌디아는 각각 2025년 연매출 23억8500만 유로, 4억3800만 유로로 성장세를 이어갔고, 바이엘도 두 제품을 향후 10년을 이끌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제시하고 있다.
바이엘 제약 부문 R&D 총괄 크리스티안 롬멜(Christian Rommel)은 "FIND-CKD 임상의 긍정적인 결과는 기저 원인과 상관없이 비당뇨성 만성신장질환 치료 분야에서 이뤄낸 중요한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스테판 욀리히(Stefan Oelrich) 바이엘 제약 부문 사장 또한 "케렌디아와 전립선암 치료제 누베카(Nubeqa)의 강력하고 지속적인 매출 성장을 통해 향후 10년을 이끌 차세대 성장 동력을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바이엘은 이번 임상 데이터를 향후 개최될 주요 의학 학술대회에서 공개하고, 규제 당국에 적응증 확대를 위한 승인 신청서를 제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