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도 제약·바이오 기업 워크하트(Wockhardt)가 자체 개발한 신규 항생제 ‘자이니치(Zaynich)’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확보했다. 글로벌 항생제 개발이 장기간 정체된 가운데, 다제내성 그람음성균 감염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 옵션이 등장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자이니치는 성인 복잡성 요로감염(cUTI) 및 신우신염 치료를 위한 주사제 항생제다. 기존 베타락탐계 항생제인 세페핌(cefepime)에 지데박탐(zidebactam)을 결합한 복합제로, 다제내성균 감염 치료에서 기존 항생제의 한계를 보완하는 약물로 개발됐다.
이번 승인은 인도 제약사가 자체 발굴·개발한 새로운 화학구조의 항생제 신약이 미국 FDA 승인을 받은 첫 사례로 평가된다. 워크하트는 미국 FDA 승인과 함께 인도 중앙의약품표준관리기구(CDSCO)로부터 수입 및 판매 허가도 확보했다.
복잡성 요로감염은 대장균(Escherichia coli), 폐렴간균(Klebsiella pneumoniae) 등이 주요 원인균으로 꼽힌다. 특히 다제내성균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 치료 실패 위험이 높고, 감염이 신장으로 확산되는 신우신염으로 진행될 경우 중증 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자이니치는 대장균, 폐렴간균, 프로테우스 미라빌리스(Proteus mirabilis), 엔테로박터 클로아카 복합체(Enterobacter cloacae complex), 녹농균(Pseudomonas aeruginosa) 등에 대해 활성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측은 자이니치가 카바페넴 내성 감염처럼 치료 옵션이 제한적인 영역에서 새로운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중증 다제내성균 감염에서는 콜리스틴(colistin), 폴리믹신(polymyxin) 계열 항생제가 마지막 치료 옵션으로 사용돼 왔지만, 신독성 등 안전성 부담과 제한적인 치료 효과가 한계로 지적돼 왔다.
자이니치의 핵심은 세페핌과 지데박탐의 병용 구조다. 세페핌은 기존 베타락탐계 항생제로 세균 세포벽 합성을 저해하고, 지데박탐은 세페핌의 항균 활성을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두 성분은 여러 페니실린 결합 단백질(PBP)에 함께 작용해 세균 사멸을 유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워크하트의 마헤시 파텔(Mahesh Patel) 신약개발 최고과학멘토는 자이니치가 약 40~50년 만에 등장한 새로운 작용기전의 항생제라며, 지데박탐이 세페핌의 활성을 크게 높여 기존 내성 기전을 극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임상 개발 과정도 폭넓게 진행됐다. 자이니치는 총 9건의 임상 1상과 인도 내 15개 주요 상급종합병원에서 진행된 임상 2상을 거쳤다. 임상 2상에서는 병원획득 세균성 폐렴, 인공호흡기 관련 세균성 폐렴, 혈류감염, 복잡성 복강내 감염, 복잡성 요로감염 등 중증 감염에서 97% 이상의 임상적 유효성이 보고됐다.
허가의 핵심 근거가 된 임상 3상 ENHANCE-1 연구는 미국, 유럽, 인도, 중국, 중남미 등 64개 기관에서 53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해당 연구에서 자이니치는 89%의 임상적 치료 성공률을 보였으며, 비교약인 메로페넴(meropenem)의 68.4% 대비 높은 치료 성과를 나타냈다.
이번 승인은 글로벌 항생제 개발 환경에서도 의미가 크다. 항생제 분야는 낮은 수익성, 제한적인 사용량, 높은 개발 실패 위험 등으로 대형 제약사들이 대거 철수한 대표적인 미충족 수요 영역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항생제 파이프라인이 고갈되고 있다는 우려가 지속돼 왔다.
특히 다제내성 그람음성균 감염은 병원 내 중증 감염과 사망 위험을 높이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그러나 기존 치료제 선택지는 제한적이며, 새로운 작용기전을 가진 항생제 개발은 더디게 진행돼 왔다.
업계에서는 자이니치의 FDA 승인이 인도 제약사의 신약개발 역량을 보여주는 동시에, 항생제 개발 시장에서 중소형 제약·바이오 기업의 역할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보고 있다. 대형 제약사들이 항생제 연구개발에서 물러난 사이, 인도 기업을 포함한 중견 제약사들이 미충족 수요 영역을 겨냥해 개발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워크하트는 자이니치를 전 세계 시장을 겨냥한 항생제로 포지셔닝하고 있다. 회사 측은 자이니치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모두에서 높은 미충족 의료 수요를 해결할 수 있는 글로벌 제품이라며, 항생제 내성 문제 대응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