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파마뉴스 | 서윤열 의약 전문 기자] 샤페론이 경증~중등도 아토피 피부염을 대상으로 진행한 HY209겔(누젤)의 글로벌 임상 2b상에서 1차 평가지표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공시했다. 회사는 약물의 효능 자체보다 임상 설계·운영 환경의 복합 요인이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며, 오는 9월 CRO와의 심층 분석을 거쳐 후속 개발 전략을 확정할 방침이다.
미국·한국 총 210명 대상…고·저용량 모두 위약 대비 유의성 미달
샤페론은 미국과 한국에서 총 21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다국가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고용량군과 저용량군(누젤 시험군)을 각각 위약군과 비교한 결과, 1차 평가지표인 8주차 EASI(습진 면적·중증도 지수) 점수의 기저시점 대비 변화율에서 두 시험군 모두 사전 정의된 통계적 유의수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회사는 6월 23일 임원진 명의의 주주서한을 통해 "무엇보다 주주 여러분께 기대에 부합하는 결과를 전달드리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회사 "약물 잠재력 한계보다 복합 운영 요인 작용" 분석
샤페론은 이번 결과의 원인으로 약물의 효능 부재보다 임상 운영 환경에서 발생한 복합적 요인을 지목했다.
구체적으로 ▲미국 임상 환경에서 연구 윤리 판단에 따라 환자 다수가 보습제를 자유롭게 사용한 점 ▲지역 의료기관 중심의 환자 모집으로 경증 환자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아진 점 등이 위약군의 개선 폭을 키워 시험군과의 격차를 희석했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경증 아토피 피부염 환자의 경우 보습제 사용과 표준화된 피부 관리만으로도 피부 장벽 기능이 빠르게 회복되면서 증상이 의미 있게 개선될 수 있다"며 "이러한 조건에서는 시험약의 실제 약리 효과가 존재하더라도 위약군의 개선 폭이 함께 커져 통계적 유의성 확보가 어려운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기관 간 EASI 평가 편차도 주요 교란 변수로 지목됐다. 환자 수가 가장 많은 상위 10개 병원의 최대·최솟값 차이가 83%ile에 달했으며, 이러한 평가자 간 편차가 우연일 확률은 통계적으로 1만 분의 1 미만으로 분석됐다고 회사는 전했다.
9월까지 CRO와 심층 분석…환자 중증도·반응군 특성 집중 검토
샤페론은 최종 결과보고서가 완성되는 오는 9월까지 추가 분석을 이어갈 예정이다. 임상시험수탁기관(CRO)과 함께 ▲환자 중증도 분포 ▲보습제 사용 양상 ▲기관별 평가 편차 ▲반응이 우수했던 군의 특성 등을 면밀히 검토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규제기관 및 외부 전문가와 후속 개발 전략을 협의할 계획이다.
후속 임상 전략…'스테로이드 불응성' 중증 환자군 타깃 전환 검토
회사는 미국 임상 3상 진입 경로로 준허가 임상시험(quasi-registrational study)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방식은 정식 허가 3상에 준하는 핵심 설계 요소를 일부 반영해, 향후 규제기관 협의 및 피벗 스터디(pivotal study) 설계에 직접 활용할 수 있는 임상적 근거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시험이다.
검토 중인 방향은 표준 국소 스테로이드 치료에도 충분한 개선을 보이지 않거나 재발이 반복되고, 장기 사용에 따른 안전성 우려로 지속 치료가 어려운 스테로이드 불응성(steroid-refractory) 환자군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회사는 "비스테로이드 국소 치료제로서의 차별성을 입증하고, 후속 임상에서 성공 가능성이 높은 환자군과 적응증 전략을 정교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차세대 파이프라인·재무 기반도 병행 강화
한편 샤페론은 HY209겔 외에도 차세대 신약 후보물질을 병행 개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HY310은 임상 1상 진입을 위한 비임상 독성 연구를 GLP 공인 기관에서 진행 중이며, 나노바디 기반 항암제 프로그램은 기술이전 파트너사와 협상을 진행하며 IND 신청에 필요한 데이터 패키지를 구축하고 있다. 아울러 AI 기반 신약개발 시스템을 통해 후보물질 합성·대사·독성 예측 효율화도 추진 중이다.
재무 측면에서는 최근 두 차례의 자금조달을 통해 연구개발 및 운영 기반을 확보했으며, 최근 인수한 니즈테크가 소비재 사업 안정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니즈테크와 연관된 사업은 2025년 약 170억 원 규모의 매출을 2026년 200억 원 이상으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