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차세대 항체-약물 접합체(ADC) 후보물질의 전임상 데이터를 공개하며 신약 개발 역량을 입증했다. 20일(현지시간)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미국암연구학회 연례학술대회(AACR 2026)에서 회사는 넥틴-4를 표적하는 ADC 신약 파이프라인 SBE-303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SBE-303은 방광암, 유방암, 폐암 등 특정 고형암에서 과발현되는 넥틴-4 단백질을 표적으로 한다. 현재 해당 시장은 아스텔라스(Astellas)와 화이자(Pfizer)가 공동 개발한 파드셉(Padcev, 성분 엔포투맙 베도틴)이 선점하고 있으나, 피부 독성과 고혈당, 말초신경병증 등 부작용으로 인해 투여 용량을 높이는 데 제약이 따랐다.
이번 발표의 핵심은 SBE-303이 확보한 우수한 안전성 프로파일이다. 영장류 대상 반복 투여 독성 시험에서 SBE-303은 비심각 독성 최고 용량(HNSTD) 40mg/kg을 기록하며 기존 넥틴-4 표적 ADC 대비 넓은 치료 유효 범위(therapeutic window)를 확보했다. 특히 TOPO-1 억제제 계열에서 빈번하게 보고되는 간질성 폐 질환(ILD) 등의 폐 독성도 관찰되지 않았다.
효능 측면에서도 유의미한 수치를 도출했다. 파드셉 치료 후 재발한 환자를 모사한 모델에서 SBE-303은 대조군 대비 절반의 용량만으로도 우월한 종양 성장 억제 효과를 보였다. 혈액 순환 중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며 약물 간 상호작용(DDI) 위험을 낮췄고, 면역항암제인 PD-1 억제제와의 병용 투여 시에도 파드셉 병용군 대비 높은 시너지 효과를 확인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바이오시밀러 개발 과정에서 축적한 항체 엔지니어링 기술을 이번 성과의 원동력으로 꼽았다. 안소신 삼성바이오에피스 임상의학본부 상무는 "핵심은 항체 기술에 있다"며 "자체 항체 엔지니어링 기술로 세포 내입 효율을 극대화하고, 여기에 협력사의 우수한 링커 및 페이로드 기술을 결합해 최적의 조합을 만들어낸 것이 SBE-303의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SBE-303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자체 항체에 국내 ADC 전문 기업 인투셀(IntoCell)의 OHPAS 링커 플랫폼과 중국 프론트라인 바이오파마(Phrontline Biopharma)의 페이로드 기술을 접목한 오픈이노베이션 구조로 개발됐다.
이번 성과는 넥틴-4를 둘러싼 글로벌 ADC 경쟁이 본격화되는 시점에 나왔다. 현재 해당 표적을 두고 릴리는 LY4101174와 LY4052031 두 가지 후보물질을 동시에 임상에 올린 상태이며, 국내에서는 셀트리온의 CT-P71이 지난 4월 FDA 패스트트랙(Fast Track) 지정을 획득하고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파드셉의 MMAE(미세소관 억제제) 기반 페이로드에서 벗어나 토포이소머라제(TOPO) I 억제제를 탑재한 차세대 ADC가 잇따라 등장하는 가운데, SBE-303 역시 이 계열의 페이로드를 채택해 파드셉 내성 모델에서의 유효성을 입증한 점이 주목된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현재 한국과 미국 등에서 SBE-303의 글로벌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임상은 2030년 7월까지 진행성 불응형 고형암 환자 149명을 대상으로 의약품의 안전성과 초기 유효성을 평가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