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파마뉴스 | 남호준 기자] 보건복지부가 이달 1일부터 약가유연계약제를 시행하면서,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 만료를 겨냥해 시장 진입을 준비 중인 후발약 개발사들의 사업성 분석에 상당한 불확실성이 더해졌다.
약가유연계약제는 건강보험 등재 의약품의 고시 상한금액(표시가격)과 실제 적용 약가를 분리해 운용하는 제도다. 정부가 혁신 신약의 접근성 제고와 국산 신약의 해외 경쟁력 강화를 목적으로 도입했다. 환자 본인부담금과 요양기관 청구는 합의된 상한금액을 기준으로 하되, 제약사가 건강보험공단에 실제로 수취하는 금액은 별도 계약에 따라 달리 적용된다. 요양기관은 고시 상 상한금액이 아닌 별도합의 상한금액(실제가)을 기준으로 청구해야 한다.
첫 계약 8개사 12품목… 다국적은 약가 방어, 국내사는 수출 단가 사수
첫 약가유연계약 체결 대상은 8개사 12개 품목으로, 다국적 제약사 4곳 7품목과 국내 제약사 4곳 5품목이 포함됐다. 다국적사 중에서는 한국아스텔라스제약의 전립선암 치료제 엑스탄디(엔잘루타마이드, 정제 40·80mg 및 연질캡슐)가 기존 위험분담계약을 종료하고 약가유연계약으로 전환했다. 한국애브비의 중증 건선 치료제 스카이리치(리산키주맙, 프리필드시린지주 및 펜주), 머크의 난임 치료제 퍼고베리스주, 한국아스트라제네카의 유방암 치료제 파슬로덱스주(풀베스트란트)도 첫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 다국적사의 계약은 글로벌 기준 약가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표시가를 유지하거나 높이려는 목적이 주된 배경으로 알려졌다.
국내사 중에서는 대웅제약이 가장 적극적으로 제도를 활용했다.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펙수클루 40mg(펙수프란잔염산염)이 약가유연계약을 체결하면서, 약가가 연동되는 위임 제네릭 3품목(아이엔테라퓨틱스 벨록스캡정, 대웅바이오 위캡정, 한올바이오파마 앱시토정)도 사실상 동반 적용됐다. 당뇨 신약 엔블로정 0.3mg(이나보글리플로진)도 포함됐는데, 중남미·인도 등 수출 시장에서 포시가·자디앙 등 글로벌 제품과의 경쟁을 염두에 둔 수출 단가 보호 차원의 선택으로 해석된다.
후발약 개발사, 이제 무엇을 기준으로 삼을 것인가
제도의 핵심 쟁점은 정보 비대칭성이다. 기존 위험분담계약(RSA) 체제에서도 고시가와 실거래가 간 괴리는 존재했으나, 약가유연계약제는 그 적용 범위를 확장하면서 후발약 개발사가 시장 진입의 기준점으로 삼아야 할 실질 약가를 파악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현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위험분담계약 약제의 환급률 정보를 원칙적으로 비공개로 관리하며, 급여결정신청 완료 및 비밀유지각서(NDA) 제출 이후에 한해 제한적으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 같은 절차 구조는 후발약 개발의 초기 사업성 검토 단계에서는 실질적인 활용이 어렵다는 평가를 받는다.
업계에서는 유연계약제 적용 품목의 후발약 준비 과정에서 급여 전략 수립의 복잡도가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청구 현황을 통한 간접 정보 수집이 대안으로 거론되지만, 이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수반되는 불확실성은 시장 규모 추정과 수익성 분석의 오차 요인이 된다. 개발 초기 단계부터 영업·유통 채널을 통한 실거래가 정보 수집 역량이 후발약 전략의 핵심 변수로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