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라이 릴리(Eli Lilly)가 차세대 비만 치료제 후보물질 레타트루타이드(retatrutide)의 임상 3상에서 기존 주요 비만 치료제를 넘어서는 체중 감량 데이터를 공개했다. 회사는 레타트루타이드가 TRIUMPH-1 연구에서 일차 평가변수와 주요 이차 평가변수를 모두 충족했다고 밝혔다.
레타트루타이드는 GIP, GLP-1, 글루카곤 수용체에 동시에 작용하는 주 1회 투여 방식의 트리플 호르몬 수용체 작용제다. 기존 GLP-1 계열 약물보다 더 넓은 대사 조절 기전을 겨냥한다는 점에서, 릴리의 기존 비만 치료제 젭바운드(Zepbound, 성분명 티르제파타이드)를 잇는 차세대 파이프라인으로 주목받아 왔다.
TRIUMPH-1은 비만 또는 과체중이면서 최소 하나 이상의 체중 관련 동반질환을 가진 비당뇨 성인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80주, 무작위배정, 이중맹검, 위약대조 임상 3상이다. 총 2,339명의 참가자가 레타트루타이드 4mg, 9mg, 12mg 또는 위약군에 1:1:1:1 비율로 배정됐다.
효능 평가 기준인 efficacy estimand에서 레타트루타이드 12mg 투여군은 80주 시점 평균 28.3%의 체중 감소를 보였다. 절대 체중으로는 평균 70.3파운드, 약 31.9kg 감량에 해당한다. 같은 기준에서 위약군의 체중 감소율은 2.2%에 그쳤다.
용량별로도 뚜렷한 감량 효과가 확인됐다. 레타트루타이드 4mg 투여군은 평균 19.0%, 9mg 투여군은 25.9%, 12mg 투여군은 28.3%의 체중 감소를 기록했다. 치료 유지 여부와 관계없이 분석한 경우(treatment-regimen estimand)에도 12mg군은 25.0%의 체중 감소를 보였으며, 위약군은 3.9%였다.
특히 12mg군에서는 참가자의 45.3%가 30% 이상의 체중 감량을 달성했으며, 27.2%는 35% 이상의 체중 감량을 보였다.
레타트루타이드의 이번 결과는 현재 비만 치료제 시장의 핵심 기준점으로 꼽히는 위고비와 젭바운드의 후기 임상 데이터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의 위고비 7.2mg은 STEP UP 연구에서 평균 BMI 39.9인 환자군을 대상으로 72주간 투여했을 때 18.7%의 체중 감소를 보였다(위약군 3.9%). 일라이 릴리의 젭바운드 15mg은 SURMOUNT 연구에서 평균 BMI 38인 환자군을 대상으로 72주간 투여했을 때 20.9%의 체중 감소를 나타냈다(위약군 3.1%).
장기 투여 가능성도 함께 제시됐다. 릴리는 BMI 35 이상 참가자 532명을 대상으로 사전 지정 연장 연구를 진행했으며, 104주 시점에서 레타트루타이드 12mg에서 최대내약용량으로 이어진 군은 평균 30.3%의 체중 감소를 보였다. 치료 유지 여부와 관계없이 분석한 경우에도 같은 군의 체중 감소율은 29.9%였다. 이는 투여 기간이 길어질수록 추가적인 체중 감소가 이어질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다만 강력한 체중 감량 효과만큼 고용량 내약성은 향후 세부 데이터에서 확인해야 할 지점이다. TRIUMPH-1에서 이상반응으로 인한 투여 중단률은 레타트루타이드 4mg 4.1%, 9mg 6.9%, 12mg 11.3%였으며, 위약군은 4.9%였다. 위고비 7.2mg의 중단률이 11.7%, 젭바운드 15mg의 중단률이 6.2%로 보고된 점을 고려하면, 레타트루타이드 12mg의 중단률은 위고비 고용량과 유사하고 젭바운드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가장 흔한 이상반응은 기존 인크레틴 기반 치료제와 유사하게 위장관계 이상반응 중심으로 나타났다.
이번 발표에서 수면무호흡증과 골관절염 통증 관련 세부 데이터는 공개되지 않았다. TRIUMPH-1에는 비만 관련 주 연구 외에도 무릎 골관절염 통증과 중등도-중증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을 평가하는 basket trial이 포함되어 있으나, 릴리는 해당 분석 결과를 추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레타트루타이드가 비만 치료제 경쟁의 다음 기준점을 만들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체중 감량률만 놓고 보면 레타트루타이드는 위고비, 젭바운드, 카그리세마 등 주요 경쟁 약물을 뛰어넘는 데이터를 제시했다. 반면 실제 처방 시장에서는 감량 효과뿐 아니라 이상반응 중단률, 용량 조절 편의성, 장기 안전성, 동반질환 개선 효과가 함께 평가될 가능성이 크다.
릴리는 이번 보도자료에서 레타트루타이드의 FDA 승인 신청 일정이나 구체적인 허가 제출 계획은 밝히지 않았다. 회사는 TRIUMPH-1의 추가 세부 결과를 미국당뇨병학회(ADA) 과학 세션에서 발표하고, 비만 또는 과체중과 제2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TRIUMPH-2, 심혈관질환 동반 환자를 대상으로 한 TRIUMPH-3 결과를 올해 후반 공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