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파마뉴스 | 서윤열 의약 전문 기자] 화이자(Pfizer)가 430억 달러를 투입해 인수한 씨젠(Seagen)의 핵심 자산인 시그보타투그 베도틴(sigvotatug vedotin)이 비소세포폐암 임상 3상에서 주요 평가지표 달성에 실패했다.
화이자는 절제 불가능하거나 전이성인 비편평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SigVie-002 연구에서 해당 항체-약물 접합체(ADC)가 도세탁셀(docetaxel) 대비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전체생존율(OS) 개선을 입증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안전성 프로파일은 이전 연구 결과와 일관되게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평가됐다.
2차 치료군서 긍정 신호…전체의 3분의 2가 해당
이번 임상은 한 차례 이상의 전신 치료를 받은 703명을 대상으로 수행됐다. 구체적인 데이터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화이자는 단 한 차례의 이전 치료 경험이 있는 하위 그룹에서 도세탁셀 대비 전체생존율과 무진행생존율(PFS)이 개선되는 강력한 경향성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 2차 치료 하위군은 전체 연구 참여자의 약 3분의 2에 해당한다.
IB6 발현 높아도 효과 더 좋지 않았다…바이오마커 전략 불확실성 부각
탐색적 분석에서는 IB6 발현 수준과 치료 반응 사이의 명확한 상관관계가 확인되지 않았다. 이는 종양에서 IB6가 많이 발현될수록 약효가 더 뚜렷하게 나타날 것이라는 당초 가설이 이번 데이터에서는 지지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시그보타투그 베도틴이 비소세포폐암 종양의 약 90%에서 발현되는 IB6를 광범위하게 타깃으로 설계된 만큼, 이 결과는 바이오마커 기반의 환자 선별 전략보다는 병용 요법이나 치료 시점을 통한 차별화에 무게가 실릴 수 있음을 시사한다.
시그보타투그 베도틴은 IB6에 대한 높은 표적 선택성과 빠른 내재화(internalization)를 통해 정상 조직에서 발현되는 다른 인테그린과의 비특이적 결합을 최소화하고 표적 외 독성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설계된 ADC다.
1차 치료 병용 임상으로 전략 선회
화이자는 이번 임상 실패에도 불구하고 개발을 지속할 방침이다. 특히 머크(MSD)의 PD-1 저해제 키트루다(Keytruda)와의 병용 요법을 통해 PD-L1 발현율(TPS) 50% 이상인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로서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며, PD-1/VEGF 이중항체(PF-08634404)와의 병용 등 다양한 고형암 대상 연구도 이어갈 계획이다.
도세탁셀 대비 OS 개선 입증이 난관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아스트라제네카의 TROP2 표적 ADC 다트로웨이(Datrowya, datopotamab deruxtecan) 역시 TROPION-Lung01 임상 3상에서 PFS의 이중 일차 평가지표 중 하나는 충족했으나, OS에서는 유의미한 개선을 입증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