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건강보험 재정 효율화를 위해 임상적 효과가 낮거나 위해 가능성이 있는 ‘저가치의료(Low-value care)’ 관리체계 구축에 나서면서 의료계와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연구원은 최근 건강보험 청구자료를 활용한 저가치의료 측정지표 개발 연구를 통해 총 31개의 후보 지표를 도출하고 전문가 델파이 조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후보 지표에는 75세 이상 남성의 전립선특이항원(PSA) 검사, 최초 검사 후 2년 이내 반복되는 골밀도 검사(BMD), 비특이적 요통 환자의 요추 영상검사, 단순 두통 환자의 두부 영상검사, 65세 이상 고령층의 벤조디아제핀 장기 처방, 급성 상기도감염 항생제 처방 등이 포함됐다.
연구진은 이들 의료행위가 과잉진단이나 불필요한 의료비 증가, 환자 위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고령층 벤조디아제핀 장기 사용은 낙상과 인지기능 저하 위험을 높일 수 있으며, 일부 영상검사와 선별검사는 임상적 이득이 제한적이라는 설명이다.
반면 의료계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75세 이상 PSA 검사의 경우 기대수명이 늘어난 현실에서 연령만으로 검사의 가치를 판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환자의 건강 상태와 가족력, 질환 위험도 등을 고려해야 하는데 획일적인 기준이 적용될 경우 의사의 진료 자율성과 환자 선택권이 위축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번 연구는 정책 도입을 위한 기초 연구 단계로 당장 급여 제한이나 삭감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향후 적정성평가나 건강보험 관리 정책에 활용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의료계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저가치의료 관리가 건강보험 재정 효율화와 환자 안전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는 평가와 함께, 개별 환자의 임상적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경우 또 다른 규제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