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립암센터와 대한간암학회가 국내 간암 진료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하는 '2026 간세포암종 진료 가이드라인' 개정안을 발표하며 면역항암제 중심의 치료 패러다임 변화를 공식화했다. 이번 개정안은 지난 2022년 가이드라인 발표 이후 축적된 최신 임상 연구 결과와 국내 의료 환경의 특수성을 반영해 진단, 국소치료, 방사선치료, 전신치료 등 진료 전반의 권고안을 재정비한 결과물이다.
가장 주목할 변화는 전신치료 전략의 전면적인 재편이다. 가이드라인은 티쎈트릭(atezolizumab)·아바스틴(bevacizumab) 병용요법, 임핀지(durvalumab)·이뮤도(tremelimumab) 병용요법, 옵디보(nivolumab)·여보이(ipilimumab) 병용요법 등을 주요 1차 전신치료로 권고하며 면역관문억제제의 비중을 대폭 확대했다. 특히 실제 진료 현장에서 수요가 높았던 1차 면역항암제 치료 실패 이후의 후속 치료 전략을 국내 최초로 체계화했다. 이에 따라 1차 치료에 실패한 환자는 상태에 따라 렌비마(lenvatinib), 넥사바(sorafenib) 등 표적항암제나 다른 면역항암제 병용요법을 맞춤형으로 선택할 수 있게 됐다.
국소치료 및 방사선치료 분야에서도 정밀 의료 체계를 강화했다. 기존 경동맥화학색전술(TACE) 중심의 전략에서 탈피해 특정 환자군에서는 경동맥방사선색전술(TARE)을 대안으로 고려하도록 했으며, 8cm 이하 단일 종양 환자에게는 방사선 분절절제술(radiation segmentectomy) 적용 가능성을 새롭게 제시했다. 수술이 어려운 3cm 이하 소형 간암 환자에게는 고주파열치료술 외에도 체부정위방사선치료(SBRT)와 양성자치료를 치료 옵션으로 명시해 고령이나 간 기능 저하 환자를 위한 대안을 마련했다.
치료 효율성 제고를 위한 전략적 전환 기준도 명확히 확립됐다. 반복적인 TACE 시행에도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TACE 불응성' 환자의 경우, 간 기능이 악화되기 전 신속하게 전신치료로 전환할 것을 권고해 환자의 생존율 향상을 도모했다. 외과적 수술 분야에서는 간 좌외측이나 전하방 등 접근이 용이한 부위에 대해 복강경 또는 로봇을 이용한 최소침습 간절제술의 권고 수준을 상향했다. 이는 개복 수술과 대등한 종양학적 성과를 유지하면서도 환자의 회복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임상적 근거가 반영된 조치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체계적 문헌고찰과 메타분석을 전면 도입해 권고안의 객관성과 신뢰도를 확보했다. 내과, 외과, 영상의학과, 방사선종양학과 등 다학제 전문가들이 참여해 핵심 임상 질문을 도출하고 국내외 연구 결과를 종합 분석했다. 양한광 원장은 "간암은 환자의 간 기능과 종양의 병기, 위치에 따라 치료법이 달라지는 만큼 다학제 협력이 필수적"이라며 "이번 가이드라인은 국내 진료 현장에서 즉시 활용 가능한 한국형 표준치료지침으로 진료 표준화와 의료 질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