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인제약이 창업주 중심의 경영 체제에서 벗어나 전문경영인 체제로의 전환을 공식화했다. 이행명 회장은 약업계 투신 51년 만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겠다는 결단을 내렸으며, 이는 지난해 유가증권시장 상장 당시 공언했던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조기에 실현하는 조치다. 당초 예상보다 빠른 시점에 단행된 이번 개편은 기업의 정체성을 연구개발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오는 3월 26일 정기 주주총회를 기점으로 가동되는 이관순·차봉권 공동 대표이사 체제는 기술력과 영업력의 조화를 겨냥하고 있다. 한미약품 부회장을 역임하며 국내 신약 기술수출의 기틀을 마련한 이관순 대표는 명인제약의 신약 개발 전략을 총괄하며 연구 중심 기업으로의 탈바꿈을 주도할 전망이다. 반면 명인제약 공채 1기 출신인 차봉권 대표는 정신신경계 분야의 영업 전문성을 바탕으로 기존 사업의 내실을 다지는 역할을 맡는다. 내부 출신의 안정성과 외부 전문가의 혁신성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전략적 포석이다.
이번 경영권 이양의 배경에는 신약 개발을 위한 자금 확보와 사회적 기업으로의 도약이라는 명확한 목표가 자리 잡고 있다. 명인제약은 2025년 말 기준 약 4800억 원 규모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한 재무 구조를 갖추고 있으며, 연간 900억 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창출하는 알짜 기업이다. 이 회장은 이러한 풍부한 유동성을 전문경영인에게 전적으로 맡겨 연구개발 자금으로 투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자 했다. "전문경영인 체제 전환은 기업 공개를 결정할 때 이미 마음속에 가졌던 생각"이라는 이 회장의 발언은 기업의 영속성을 보장하기 위한 사전 계획이었음을 시사한다.
이 회장의 퇴진은 단순한 세대교체를 넘어 명인제약의 보수적인 기업 문화를 탈피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연구개발 기업으로 진화하는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재 400억 원을 출연해 설립한 명인다문화장학재단과 더불어, 이번 전문경영인 도입은 기업을 사회적 자산으로 환원하겠다는 경영 철학의 실천으로 평가받는다. 자식과도 같은 기업이 자신의 품을 떠나 더 넓은 세상에서 국민을 위해 쓰이길 바란다는 창업주의 소신이 전문경영인 체제라는 구체적인 결과물로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