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항서제약(Hengrui Pharma)과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퀴브(Bristol Myers Squibb, 이하 BMS)가 항암, 혈액암, 면역질환 분야의 초기 단계 파이프라인 13개를 공동으로 진전시키기 위한 글로벌 전략적 협력 및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은 양사가 보유한 초기 자산과 공동 발굴 프로그램을 함께 묶은 포트폴리오형 협력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양사는 개별 후보물질명과 타깃, 구체적인 모달리티는 공개하지 않았으나, 항서제약의 약물 발굴 엔진 및 여러 혁신 모달리티에 걸친 플랫폼 기술을 활용해 신규 자산을 발굴·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협력 대상은 총 13개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항서제약이 보유한 항암·혈액암 자산 4개, BMS가 보유한 면역질환 자산 4개, 양사가 공동으로 발굴하고 개발할 혁신 자산 5개가 포함됐다. 항서제약은 이들 프로그램이 개념 증명(PoC) 단계에 빠르게 도달할 수 있도록 초기 임상 개발을 전담할 예정이다.
계약 규모는 최대 152억 달러(약 22조 6,479억 원)에 달한다. BMS는 항서제약에 선급금 6억 달러(약 8,940억 원)를 지급하며, 계약 체결 1주년 시점에 1억 7,500만 달러, 2028년 조건부 2차 주년 지급금으로 1억 7,500만 달러를 추가 지급할 예정이다. 이를 포함한 초기 지급 가능 금액은 최대 9억 5,000만 달러다. 여기에 공동 발굴 프로그램에 대한 옵션 행사와 각 프로그램의 개발, 허가, 상업화 마일스톤을 포함하면 전체 계약의 잠재 가치는 약 152억 달러까지 확대된다.
권리 구조는 지역별로 나뉜다. BMS는 중국 본토와 홍콩, 마카오를 제외한 전 세계 시장에서 항서제약 유래 자산에 대한 독점적 권리를 확보한다. 반대로 항서제약은 중국 본토, 홍콩, 마카오 지역에서 BMS 유래 자산에 대한 독점적 권리를 갖고, 그 외 지역의 권리는 BMS가 유지한다. 항서제약은 중화권 외 지역에서 상업화되는 제품의 순매출에 대해 단계별 로열티도 받을 수 있다.
또한 항서제약은 선택된 자산에 대해 공동 개발 옵션을 보유하며, 향후 일부 자산에 대해 BMS와 글로벌 상업화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열어뒀다.
항서제약의 프랭크 지앙(Frank Jiang) 수석부사장 겸 최고전략책임자는 “이번 광범위한 전략적 협력은 보완적 강점을 가진 두 글로벌 혁신 기업 간의 고도화된 시너지를 반영한다”며 “항서제약의 성장하는 R&D 역량과 혁신 치료제 발굴·개발 효율성을 활용해 양사 파이프라인의 잠재력을 높이고, 전 세계 환자들에게 의미 있는 혜택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협력의 배경으로 중국 의약품 시장의 구조 변화를 볼 수 있다. 중국은 의약품 대량구매 제도인 VBP(Volume-Based Procurement)를 통해 병원에서 많이 쓰이는 의약품을 국가 또는 지역 단위로 대량 입찰하고, 낮은 가격을 제시한 기업에 대규모 공급 물량을 배정해왔다. 이 제도는 환자와 건강보험 재정의 약가 부담을 낮추는 효과가 있지만, 제네릭 의약품 비중이 높은 제약사 입장에서는 기존 품목의 가격과 수익성이 동시에 압박받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항서제약도 이러한 정책 변화의 영향을 받는 기업 중 하나다. 항서제약은 2025년 연차보고서에서 VBP와 국가의료보험목록(NRDL) 조정, 의료보험 지불 방식 개혁 등이 제품 수익성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특히 2026년 전망에서는 국가 및 지역 VBP 정책의 영향으로 제네릭 의약품에 대한 자원 배분을 전략적으로 줄이고, 제네릭 매출은 점진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항서제약의 대응 방향은 제네릭 중심 사업에서 혁신신약과 글로벌 협력 중심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것이다. 회사는 2025년 혁신신약 매출이 163억 4,000만 위안(약 3조 2,353억 원)으로 전체 의약품 매출의 58.3%를 차지했다고 공개했으며, 2026년에는 혁신신약 매출 30% 이상 성장을 목표로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