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상장 제약바이오기업 대표이사들의 보수 현황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공개된 2025년 사업보고서를 통해 확인됐다. 이번 집계는 등기임원 중 대표이사 직위에 한정해 2025년 재임 기간 중 수령한 보수총액을 기준으로 했으며, 대표이사 직위가 없는 고액 보수 임원은 제외했다.
이 같은 기준 하에 삼성바이오로직스 존림 사장이 66억 8,900만 원으로 업계 정상에 올랐고, 진양제약 최윤환 회장(64억 2,500만 원)과 국제약품 남영우 대표(54억 7,300만 원)가 뒤를 이었다. 그 아래로 ▲삼진제약 최용주 전 대표(52억 1,430만 원) ▲압타머사이언스 한동일 대표(20억 1,500만 원) ▲알테오젠 전태연 대표(20억 430만 원) ▲SK바이오사이언스 안재용 대표(16억 8,000만 원) ▲엔지켐생명과학 손기영 대표(16억 7,700만 원) ▲케어젠 정용지 대표(16억 7,500만 원) ▲유나이티드제약 강덕영 대표(16억 4,800만 원)가 TOP 10에 이름을 올렸다. 1위를 제외한 2·3위의 보수가 퇴직소득 중심으로 구성된 가운데, 고액 보수를 견인한 요인은 개별 보상 구조에 따라 극명하게 엇갈렸다.
◆ 1위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 66억 8,900만 원…성과 인센티브가 보수의 74% 차지
삼성바이오로직스 존림 사장은 2025년 총 66억 8,900만 원의 보수를 수령하며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 CEO 연봉 1위에 올랐다. 보수 구성을 보면, 별도 업무위촉계약에 따라 월 89,400달러씩 지급된 급여가 15억 6,800만 원, 기타 근로소득(의료지원·건강검진·단체상해보험 등 임원 복리후생)이 2억 원이며, 상여금이 49억 2,100만 원으로 전체 보수의 74%를 차지했다.
상여는 크게 네 가지 체계로 구성된다. 설·추석 명절상여는 각 월급여의 100%가 지급되며, 목표인센티브는 부서별 목표 달성도에 따라 보상위원회가 결정하고 월급여의 0~200% 범위에서 연 2회 분할 지급된다. 성과연계인센티브는 회사 손익목표 초과 시 이익의 20%를 재원으로 기준연봉의 0~50% 범위에서 연 1회 지급하며, 장기성과인센티브는 ROE·주당수익률·세전이익률 등을 평가해 3년 평균 연봉을 기초로 이사보수 한도 내에서 산정한 뒤 3년간 분할 지급되는 구조다. 퇴직소득과 스톡옵션 행사이익은 해당사항이 없었다.
이 같은 성과 연동형 보상 구조의 배경에는 일관된 실적 성장이 자리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매출은 2023년 2조 9,387억 원에서 2024년 3조 4,971억 원, 2025년 4조 5,569억 원으로 3년 연속 성장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1조 2,055억 원에서 1조 3,213억 원, 2조 692억 원으로 매년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특히 2025년에는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56.6% 급증하며 처음으로 2조 원을 돌파했다. 존림 사장이 이끄는 글로벌 CDMO 전략이 실적으로 가시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 2위 최윤환 진양제약 회장, 64억 2,500만 원…보수의 88%가 퇴직소득
진양제약 최윤환 회장은 2025년 총 64억 2,500만 원의 보수를 수령하며 2위에 올랐다. 보수 구성을 살펴보면, 주주총회에서 승인받은 이사보수 한도 내에서 근로계약서상 기본급으로 매월 지급된 급여가 7억 5,700만 원이며, 상여와 기타 근로소득은 없었다. 보수 총액의 88%에 달하는 56억 6,700만 원은 퇴직소득으로, 주주총회에서 승인된 임원퇴직금 지급규정에 따라 산출된 금액이다.
다만 최윤환 회장의 고액 퇴직 보상이 지급된 2025년 진양제약의 경영 실적은 뚜렷한 역성장을 보였다. 매출은 2023년 93억 7,082만 원, 2024년 113억 3,321만 원으로 성장세를 이어왔으나, 2025년에는 120억 6,862만 원으로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영업이익의 경우 2024년 11억 7,084만 원에서 2025년 2억 5,262만 원으로 전년 대비 78.4% 급감했다.
한편 최 회장은 2023년 경영에 재복귀한 이후 오너 일가 보수가 급등하면서 소액주주들의 반발을 산 바 있다. 이 같은 논란이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이번에 56억 원대의 대규모 퇴직 보상이 집행됐다는 점은 눈길을 끈다.
◆ 3위 남영우 국제약품 명예회장, 54억 7,300만 원… 40여 년 재직에 따른 퇴직 보상
국제약품 남영우 명예회장은 2025년 총 54억 7,300만 원의 보수를 수령하며 3위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그 내역을 들여다보면 일반적인 급여·상여와는 구성이 사뭇 다르다.
급여는 직책·직위·리더십·전문성·회사기여도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매월 2,700만 원씩 지급됐으며 연간 총액은 2억 7,000만 원이다. 상여는 보수한도 범위 내에서 상여율 650%를 적용해 1억 4,600만 원이 지급됐다. 기타 근로소득 9억 3,900만 원은 임원퇴직소득금액 한도 초과액으로 분류된 금액이다. 보수 총액의 75%에 해당하는 41억 1,800만 원은 퇴직소득으로, 임원퇴직금규정에 의거해 산정된 퇴직금 26억 800만 원과 퇴직위로금 15억 1,000만 원이 합산된 결과다.
남 명예회장은 창업주 故 남상옥 회장의 장남으로, 1973년 국제약품에 입사한 뒤 40여 년간 경영 일선을 책임지다 2025년 10월 퇴임했다. 반세기에 가까운 장기 재직에 따른 누적 보상이 수십억 원 규모로 집행된 셈이다. 한편 국제약품의 2025년 별도 기준 실적은 매출 1,705억 원, 영업이익 60억 원, 당기순이익 56억 원으로 집계됐다. 남 명예회장의 보수 총액이 회사 연간 영업이익의 90%를 넘어서는 수준이라는 점은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조사에서 확인된 공통된 특징은 1위를 제외한 상위권 대부분의 보수가 성과가 아닌 퇴직소득에 의해 결정됐다는 점이다. 존림 사장이 순수 급여와 성과 인센티브만으로 업계 최고 수준의 보수를 수령한 반면, 2위와 3위는 수십 년의 장기 재직에 따른 퇴직금이 전체 보수의 70% 이상을 차지했다. 바로 뒤를 잇는 최용주 삼진제약 전 대표의 경우 퇴직금이 전체 보수의 90% 이상을 차지하기도 했다.
이는 임원퇴직금 산정 구조, 즉 평균임금에 재직기간과 직급별 배수를 곱하는 방식이 장기 재직 임원에게 얼마나 큰 보상을 집중시키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CEO 보수의 적정성을 둘러싼 논의가 업계 안팎에서 이어지는 가운데, 보수 산정 기준의 투명성과 합리성에 대한 관심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