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불순물 검출 사태 이후 정부가 제약사들을 상대로 청구한 구상금 소송에서 국내 제약사들이 3년여 만에 첫 승소 판결을 받았다. 이번 판결은 향후 불순물 의약품 관련 정부의 구상권 행사 방향에 중대한 영향을 미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0민사부는 지난 16일 건일제약을 포함한 22개 제약사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에서 원고 전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 9억6천만 원 상당의 고소인 청구 금액과 이자 비용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해당 사건은 2018년 발사르탄(Valsartan)을 시작으로 라니티딘(Ranitidine), 니자티딘(Nizatidine), 메트포르민(Metformin) 등에서 불순물이 검출된 약제들에 대해 정부가 재처방·재조제 비용을 국민건강보험공단 예산으로 우선 지급한 후 제약사들에 구상권을 청구하면서 시작되었다. 당시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총 108개 제약사에 약 29억 원 규모의 비용 상환을 청구한 바 있다.
건일제약 등 22개 제약사는 2022년 7월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을 제기하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제약사 측은 준비서면을 통해 메트포르민의 NDMA 발생 위험이 10만 명당 0.21명 수준으로 사실상 무시 가능한 위해성 수준이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해당 제품들이 당시 국제의약품규제위원회(ICH) 기준에 따라 관리되었다고 강조했다. 라니티딘의 경우에도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장하는 시점보다 늦은 2019년 10월 이후에야 NDMA 검출이 확인되었으므로, 이전 시점의 제약사들에게 주의의무를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번 판결은 2021년 발사르탄 불순물 구상금 사건 이후 다른 성분 보유 제약사들로 구상금 청구 대상을 넓혀왔던 정부의 움직임에 제동을 걸 가능성이 있다. 제약사들의 첫 승소는 향후 유사 소송의 판례로 작용할 수 있으며, 정부의 구상권 청구 전략 전반에 대한 재검토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